마이클 케나의 사진 논란을 보고
진정한 사진이란?
마이클 케나라는 영국사진가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풍경사진을 하는 분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진가다. 나도 그의 사진을 좋아한다. 그의 사진에서 풍기는 느낌이 우리의 정서와 너무 비슷한듯 해서다. 특히 동양적인 정서가 보이는듯해서 좋다.
요즘 그의 이름이 우리나라 언론매체에 오르내린다. 그를 유명하게 해준 사진인(?) 강원도 삼척에 있는 솔섬 사진 때문이다. 아니 솔섬을 유명한 관광지로 만든 장본인 이기도 하다. 사진좀 한다라고 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줄서서 찾아가는 곳이 솔섬이란다.
솔섬 사진을 놓고 저작권에 관한 문제로 법정에 증인으로 케나가 출석했다고 한다. 대한항공에서 광고로 사용한 사진이 케나 사진과 너무 유사하다는 이유로 케나의 사진를 관리하는 곳에서 문제를 제기 했단다. 대한항공의 얇팍한 상술에 놀아난 꼴이다. 기자가 묻는 질문에 케냐는 이런 현실이 슬프다고 했단다. 나 또한 슬프다. 물론 슬픔의 차이가 케나가 생각하는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거다.
어째거나 케나사진을 광고에 사용한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었다. 누구의 말처럼 자연 경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촬영 할수가 있고 그것을 가지고 독점권을 주장 할 수는 없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이번 문제는 촬영 장소의 독점권을 두고 하는게 아닌 촬영의 분위기 그리고 표현 의도를 두고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솔섬 뿐만 아니다. 조금 유명하다 하는곳은 세계 어디든 막론하고 많은 사진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찾아 나선다. 원작자와 최대한 비슷하게 찍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나온 사진을 자기 사진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스스로 사진가라 폼 잡는다. 정말로 한심하고 참담한 모습이다.
사진은 발견과 선택의 예술이다. 누가 먼저 보았는지가 중요하다. 또 누가 어떻게 보았는지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사진적인 표현은 달라질수 밖에 없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각으로 보았다 하더라도 사진적인 표현이 100% 같을수는 없다. 그대로 해야 겠다는 의도가 있지 않다면 말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사진에는 사진가가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의미가 담겨 있다. 원작을 보고 따라한 사진들은 대상을 보고 느낀 느낌이나 메시지가 없다보니 사진의 표현형식에만 매달리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들은 복사본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진을 찍는분들의 카메라를 고가의 휴대용 복사기라 불렀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진 표현에 중심을 형식에만 의존하고 사진가로서의 사진적 철학이 부족한 상태에서 생기는 현상이라 판단한다.
아주 오래전 대학에서 사진을 배울 때다. 여름방학을 맞아 교수님이 미국 여행을 다녀 오신 듯 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사진을 자신 있게 보여 준다. 그러면서 엔젤 아담스도 별거 아니다 라는 식으로 일장 연설을 하셨다. 사진을 보면서 좋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미국으로 이민 와서 제일먼저 가본 곳이 요세미티 다. 그런데 늘 사진 책에서만 보았던 엔젤 아담스 앵글이 차창 밖으로 뚜렷하게 보인다. 정말 신기했다. 도착해 보니 그곳이 바로 뷰포인트다. 공원의 웬만한 뷰포인트는 대부분 엔젤 아담스가 촬영한 장소와 일치한다. 카메라만 들고 대충 촬영해도 엔젤 아담스 사진이 된다. 물론 기술적인 처리는 조금 달라도 형식적으론 엔젤 아담스 사진과 거의 비슷했다. 그때 느꼈다. 우리 교수님도 참….
결론을 말하자. 위에서 말한 내용들에 해당되는 것들은 자신의 사진이라 말 할 수 없다. 굳이 말한다면 그건 사진이 아니라 복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