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 01일 (토) 로그인 PC버전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강호병칼럼] 사피엔스式 진보의 역설



<강호병 뉴스1 부국장 대우 겸 산업1부장>


현생인류, 학술용어로 호모 사피엔스는 출현은 늦었지만 뛰어난 두뇌능력을 바탕으로 타 종에서 볼 수 없는 언어, 기술, 조직력을 발달시켜 세상의 지배자가 됐다. 이스라엘 태생의 유발 하라리 박사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2015, 김영사)에 따르면 인류는 인지·농경·과학혁명을 거치며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올라섰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피엔스가 일으킨 혁명은 인류에게 행복을 보장하지 않았다. 1차 산업혁명으로 통하는 농업혁명부터 그랬다. 수렵과 채집에서 오는 고단함을 벗기 위한 소박한 희망에서 시작됐지만 혁명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생산물의 양은 늘었지만 먹는 입이 늘어나며 1인당 소비량은 일에 비례해 늘지 않았다. 작물경작이 까다로운 일이다 보니 의미 있는 생산을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된 일을 반복해야했다. 좀 더 배를 채우기 위해 생산을 더 늘렸지만 결과로서 입은 더 늘었다. 가뭄·홍수, 외부침략에 의해 모든 것을 잃는 일도 많아졌다. 무리가 늘며 정복·패권욕이란 새로운 동기가 생기고 출산과 생산이 더 장려됐다.

변화가 주는 이익이 그에 수반된 새로운 위험에 의해 침식돼버리는 사피엔스식 진보의 아이러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증기·내연기관 발명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생산력을 또한번 비약적으로 높였지만 노동 강도는 더 세져 노동자 계급투쟁의 도화선이 됐다. 

3차 산업혁명인 정보혁명의 부산물인 스마트폰이 창궐하는 지금,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더 바쁘고 고달프다. 그러한 고달픔은 또 다른 불행을 몰고 올지 모를 변화를 갈구하게 만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하나로 꼽히는 인공지능을 보면서 인간은 희망보다 공포감을 더 느꼈다. 구글이 발달시킨 알파고는 기계가 내 일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지배당할 수도 있겠다는 섬뜩함을 줬다. 

20세기 한때 인류는 사회주의 혁명의 이름으로 이 같은 비인간적 변화를 중단시키려 했다. 그러나 불과 100년도 못가고 그 체제가 무너졌다. 이후 인류는 자본주의라는 줄거리를 유지한 채 산업혁명에 나은 삶에 대한 기대를 계속 베팅했다. 당초 원했던 행복이 늘 따라오지 않았지만 인류는 뒤로 갈 수는 없었다. 한번 커진 삶의 스케일을 다시 줄이는 것이 용납되지 않아서다.

그런 인류가 4차 산업혁명으로 또한번 시험대에 섰다. 변화가 줄 이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아주 유연한 제도와 사고를 갖출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진보 역설 앞에 해묵은 정치·지역·노사·계층갈등에 매달리다가는 더 큰 재앙을 부를게 뻔하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기계에 맡기고 무엇을 인간이 해야 할 지, 변화가 줄 수 있는 불행을 어떻게 줄일지 모두가 마음을 열고 사회의 설계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물론 지금도 성패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시도할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에서의 변화도 매우 당연하다.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먼저 치고 나왔다. 이 회사는 대량생산에 맞게 형성된 군대식 문화를 청산하고 4차 산업혁명기에 맞는 유연한 조직으로 가려하고 있다. 장유유서가 강한 한국식 조직문화에서 쉽지 않은 실험이다. 많은 부분을 파괴해야할 것이고 또 처음에는 어색할 것이다.

성패는 호칭이나 조직형식보다 순간순간 집중력이 강하게 발휘되는 유목민식 업무 기풍을 어떻게 창출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모바일 기기와 네트워크가 발달한 요즘 농경민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같은 공간에 모여 일해야 할 필요는 줄고 있다. 집에 있건 회사에 있건 국내에 있건 해외에 있건 풀타임이건 파트타임이건 정보망을 바탕으로 공동의 목적에 따라 필요한 시간에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된다. 사는 맛을 더할 수 있어야 진정한 혁신이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적은 타성이다. 리더와 조직원들이 모여서 지시받고 일의 성과를 재던 기존 집단문화의 관성을 벗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변화에도 리더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분류
Total 22,810 RSS
List
<<  <  574  575  57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