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와 비례명부 사태 겪으며 '협력'에서 '경쟁'관계로 변모
관계이상설 일축하는 가운데 金 "국민 바라는 정체성으로 가야"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대표 간 관계가 미묘해지고 있다. 총선 이후를 염두에 둔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관측이 무성해지고 있다. 당초 협력-보완 관계로 규정됐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친노(親노무현) 핵심들을 잘라낸 컷오프(공천 배제) 과정 및 비례명부 사태를 겪으면서 점차 '경쟁적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둘의 관계가 '재구성'되고 있는 셈이다.25일 당 안팎에선 향후 더민주가 친노와 비노(非노무현)라는 계파 틀을 깨고 친문(親문재인)계와 친김(親김종인)계로 재편될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 대표는 공천 과정서 '비례대표 2번'으로 배정돼 당선안정권이다. 당 안팎으로는 김 대표가 당권은 물론 대권까지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영입할 때만 해도 김 대표는 '문재인의 사람'으로 분류되며 문 전 대표를 도울 '적극적인 협력자'란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의적이었다. 김 대표는 "친노패권이 뭐라는 것인지 뚜렷이 드러난 게 없다", "문 전 대표는 총선에 적극 나서 유세하는 게 승리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문 전 대표도 김 대표를 적극 밀어줬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를 영입하면서 호남인사를 한 명 더 영입해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구축하려 했지만, 김 대표는 '단독선대위원장'을 고집했고, 문 전 대표는 그 뜻을 따라줬다. 김 대표가 '북한 궤멸론', '햇볕정책 보완·발전론' 등을 주장해 당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있을 때도 문 전 대표는 "생각이 다 같을 필요는 없죠"라면서 정리했다.그러나 컷오프 과정에서부터 갈등이 서서히 엿보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전병헌·오영식 의원과 같은 범친노계이자 정세균계 인사들을 잘라내는 한편 친노 핵심인사인 이해찬·정청래 의원 등도 정리했다. 이는 문 전 대표가 자기 사람들을 쳐낼 수 없었을 것이란 점에서 '차도살인(남의 칼로 침) 전략'으로도 해석됐으나, 문 전 대표가 김 대표 측에서 이 의원을 공천 배제시키는 것과 관련, 전화로 에둘러 재고를 요청했던 일이 있었던 등 전략이라기에는 '불편한 마음'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이른바 '균열난 관계'가 최고조에 이른 것은 지난 20일 비례명부 확정 여부를 놓고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다. 김 대표는 자신을 2번으로 배정하는 한편 경제 전문가 등을 당선권인 A그룹에 배치한 비례명부를 확정지으려했지만, 친노·주류 측이 다수인 중앙위원들의 거센 반발로 막혔다.김 대표는 이에 분노해 대표직을 던지려 했다가 지난 23일 결국 '당 잔류'를 선언했다. '본격적인 전쟁'은 이때부터 시작됐단 말이 나온다. 김 대표는 사퇴 철회 회견 당시 "일부 세력에 있어서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친노 주류를 향해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특히 문 전 대표가 지난 24일 김 대표가 주문한 '조용한 유세'를 깨고 손혜원 마포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대대적 유세'를 한 가운데 축사를 통해 김 대표를 겨냥해 두 사람 간 '불화설'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다만 두 사람은 '관계이상설'을 에둘러 일축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전날 김 대표를 향한 당 정체성 문제 지적 등과 관련 "이해 못할 말을 했느냐. 말씀드린 그대로(다)"라고 한 뒤 강원도 원주로 선거 지원을 위해 떠났다.김 대표 또한 이런 상황에 대해 "문 전 대표 견해가 그런거지,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정체성으로 당이 흘러가야지, 당이 국민과 배치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