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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中 여성의 코리안드림…"제주 살인' 용의자 한달째 깜깜



<지난달 1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인근 보리밭에서 숨진 채 발견된 중국인 A씨(24)의 언니가 11일 서귀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있다.2016.5.11/뉴스 © News1 이석형 기자>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동생을 죽였는지) 모르겠어요.”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중국인 여성 A씨(24)의 언니(27)는 동생의 주검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만 떨궜다.

꽃다운 나이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지난해 10월17일 제주로 떠난 동생이었다. 불법체류를 감행하며 단란주점 종업원으로 일한 동생은 힘들게 번 돈을 가족들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경찰로부터 A씨가 숨졌다는 연락을 받고도 경비가 없어 입국을 하지 못할 만큼 이들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었다. 비보가 전해진 지 28일 만에 각계의 도움으로 제주를 찾았지만 아직까지 A씨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한 임야에서 고사리 채취객에 의해 A씨가 발견된 지 꼬박 한 달째에 접어들었다.

발견 당시 A씨는 이미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태로 머리 부분만 흙에 덮여 있었으며, 목 네 곳과 가슴 두 곳 등 모두 여섯 곳에서 흉기로 찔린 상처가 확인됐다.

신원 파악에 애를 먹던 경찰은 수배전단을 배포해 A씨와 평소 알고 지낸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내가 알고 있던 외국인 여성이 얼마 전부터 연락이 안 된다”는 제보를 받았고, A씨가 입국 당시 찍은 지문과 변사체의 지문을 대조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에 A씨가 일한 주점 단골손님인 한국인 남성 B씨(36)를 살해 용의자로 체포해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이틀 만인 4월20일 B씨를 석방했고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애먼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해 초동수사에 헛발질만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산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합동수사본부를 꾸렸다.
13일 낮 12시쯤 여성 변사체가 발견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보리밭에 폴리스라인이 둘러져있다. 발견 당시 시신은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태로 머리 부분만 흙에 덮여 있었으며 가슴 등 몸에서 예리한 흉기로 6차례 찔린 상처가 있었다. 2016.4.16/뉴스1 © News1 안서연 기자

하지만 A씨의 주변인들이 불법체류중인 중국인인 경우가 많아 통역이 필요한 데다 이들이 별정통신사의 선불 대포폰을 이용하고 있어 통화내역 조회가 더디게 이뤄지면서 좀처럼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경찰은 “(피해자가) 내국인이라면 용의선상이 선명하게 압축되고 추적하기 쉽겠지만 현재는 용의자를 압축해가는 과정이 굉장히 버퍼링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법에 정한 절차가 워낙 엄격하다보니 수사 속도가 늘어지고 있다”고 거듭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은 A씨의 금융거래 내용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던 중 지난해 12월31일 아침 6~7시쯤 제주시 노형동 모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한 남성이 A씨의 체크카드로 현금 200만원을 인출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확보했다.

A씨와 함께 거주했던 여성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날은 A씨가 외출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바로 다음날로, 경찰은 이 남성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해당 은행이 외국인이 자주 이용하는 곳인데다 A씨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내면서 중국인과 교류가 많았던 점을 근거로 용의자가 중국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 남성이 흰색 모자를 눌러쓰고 머플러로 얼굴을 가려 얼굴 식별이 어려운데다 사진 화질까지 좋지 않아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보관기간이 한 달에 불과해 또 다른 사진이나 영상은 확보하지 못했으며, ATM에 설치된 카메라 사진 보관기간도 6개월에 불과해 조금만 더 늦어졌더라면 이마저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더욱이 A씨 계좌의 잔액과 사용 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공안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지만 통상적으로 수개월이 소요돼 회신이 오기까지는 손 놓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산 넘어 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개수사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용의자가 도망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요청한 자료가 취합될 때까지는 기다려보겠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이번주와 다음주 쯤 많은 자료가 취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탐문수사를 통해 내용을 들여다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공개수사로 전환해 제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지난해 말 또는 올해 초 숨진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미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난데다 유력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공개수사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부터 제주에 머물며 A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유족들은 “빨리 진범이 잡히길 바란다”며 신속한 수사를 당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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