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는 클리블랜드, 필라델피아 전당대회가 2주간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두 후보는 각각 '전대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지지율 상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화려한 축제가 모두 끝나고, 가을 본선거를 100일가량 앞두고 본격적인 대결을 향한 첫발을 내디딘 두 사람 중 더 큰 '상승세'를 거둔 사람은 클린턴 후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 족집게로 통하는 네이트 실버는 1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통계 기반 예측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를 통해 클린턴이 필라델피아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거둔 반향이 3~4%포인트(p)로 트럼프를 능가했다고 분석했다.
실버는 두 전대가 모두 끝난 시점에 클린턴이 지난달 초 트럼프에게 빼앗긴 지지율을 회복하면서 잠재적으로 더 굳건한 입지에 놓이게 됐으며, 전대 후 드러나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는 클린턴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클린턴은 6월 대부분의 기간 동안 트럼프에 6~7%p 격차로 앞섰다. 그러나 7월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클린턴의 지지율 우위는 3%p가량 줄어들었고, 공화당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트럼프에 역전을 당하는 수모를 격었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반전됐고, 클린턴의 반향은 트럼프의 반향보다 한층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클린턴은 CNN/ORC가 지난달 29~31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52% 지지율로 트럼프(43%)를 9%p 격차로 앞섰으며, 같은 기간 조사한 CBS뉴스 여론조사에서도 47% 지지율로 트럼프(41%)를 너끈히 물리쳤다. 이외 모닝컨설트, 푸블릭 폴리시 폴링(PPP)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의 지지율은 전대 전에 비해 5%p 상승했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오늘 대선을 치른다면'(Now-cast) 클린턴이 승리할 가능성이 83.8%로 트럼프(16.2%)를 압도한다고 전망했다. 공화당 전대 직후 같은 전망치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은 55.4%로 클린턴(44.6%)보다 높았지만, 일주일 만에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11월 선거결과 예측(Polls-only forecast)에서는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이 64.8%로 트럼프(35.1%)와 두자릿수 격차를 유지했다.
여론조사와 더불어 경제적, 역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11월 선거결과 예측(Polls-plus forecast)에서 클린턴의 당선확률은 68.0%로 트럼프(32.0%)의 2배 이상이었다. 트럼프의 '전대 효과'는 이미 예측된 정보이며, 트럼프의 추진력은 이미 2주 전에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실버는 대선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는지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주간 향방을 더 지켜봐야 하며, 새로운 대선쟁점이 부각되면서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1988년 마이클 듀카키스와 조지 H.W. 부시의 대결, 1992년 부시와 빌 클린턴의 대결, 2004년 존 케리와 조지 W. 부시의 대결 등 지난 40년간 전당대회 당시의 평균 여론조사 결과가 전당대회 종료 한달 뒤 뒤집힌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