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카킥 비치*의 해당화
(Carkeek
Beach)
수줍은
조선의 여인
낯익은
고국의 여자
해당화가
나의 가슴을 열고 들어 와
바닷물을
들어부었네.
꽃잎 속에서
파도가 출렁이고
분홍 저고리
누이가 걸어 나왔네.
흰 물결(白浪) 나의 청년이 뛰어 나왔네.
누이를
실은 기차가 바다 위를 달리고
청년을
업은 바다가 기차를 타고
고향을
향해 달려갔네.
카킥 비치의
해당화
나의 눈을
밟고 들어 와
새 하늘
새 땅을 열어 보였네.
낯 설은
세상을 다정하게 만들고
냉랭하던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었네.
냉소하던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고
낯설던
초목들을 형제로 만들었네.
바다를
흔드는 젖은 기적(汽笛)소리
그것은
누구의
생(生)이 우는 소리가 아니었네.
그의 영혼이
부르는 생의 승전가였네.
*카킥 비치: 시애틀
북쪽에 위치한 카킥 공원의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