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재 시인(오레곤 문인협회 부회장)
겨울 명품
겨울나무에 활짝 핀 얼음 꽃은 으뜸 명품이다.
세상사 궁금해서 귓밥 길게 늘였다가 얼어붙은 것이다.
내 귀가 언제 저렇게 열린 적 있었던가
세상이 생각보다 신비하다는 것
얇은 햇살에 저 얼음 꽃 녹아 내리는 것
보면 알 수 있다.
얼음조각 던져 기척을 보내다가 온몸으로
제 발등을 찍어대는 녀석도 있다.
잠시 숨 고르는 성장의 시간을 온몸으로 버티어 내리는 것
그 눈물겨움이 멋을 만든다.
휘어진 가지 어루만지려 겨울 햇살은 나무 위에 둥지를 튼다
저처럼 따사한 햇살에 당신의 상처 녹여 본 적 있는가
내 안에 들어와 내 안에서 사라진 사랑에
온몸 저려 본적 있는가
세상에 귀 활짝 열어 본 적 있는가.
<해설>
이 작품 속에서 겨울나무의 얼음 꽃이 명품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나무가
갖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꽃이며 추위의 고통과 상처의 꽃으로서 인내를 통한 성장으로 눈물겨운 멋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겨울나무의 얼음 꽃을 자신의 사랑과 일체적으로 등가화 한다. 자신의
사랑 역시 온몸이 저리는 고통과 상처의 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얼음 꽃과 자가 사랑의 상처는 햇살을
받아 다 같이 신비한 아름다움을 발현한다.
이 작품의 가치성은 자연이나 인간의 고통이 절대자 혹은 신(“햇살”)의 권능에 의해 그 한계를 벗어나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 구원을
받을 수 있음을 시적 메시지로 전달함에 있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