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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수필-이한칠] 접 속



이한칠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접속
 
 
세상이 살같이 바뀐다. 자고 나면 새로운 정보가 쏟아진다. 접속하지 않고는 한시도 못 배긴다. 하물며 잠자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을 곁에 두어야 편안해한다.

오래 전에 읽은 책, <소유의 종말>의 첫머리에서 제러미 리프킨은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라고 했다. 2000년 당시,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것보다 훨씬 전이었으니, 그의 말이 크게 와 닿진 않았다. 그래도 접속이란 화두는 신선했다.

세상의 빠른 변화에 동승을 미루거나 거부하여 어려움에 부닥치는 경우도 왕왕 본다. 영원하리라 여겨지던 것 중,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코닥 필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가쁘게 변하는 현실에서 개인 역시 그런 변화를 무시한다면 답답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요즘의 똑소리 나는 젊은이들은 세상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대기업을 선호하던 우리 때와 달리, 독특한 아이디어로 일인기업을 창업하는 일이 허다하다

책을 집필하는 등 개인 인지도를 높이는 일에도 가히 열성적이다. 취직할 때에는 입사하면서부터 또 다른 경력을 준비하는 추세이다. 평생직장의 소신이 사라졌다고 할까

대신 직장의 의미보다 직업이라는 개념을 더 소중하게 인식한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직업을 융통성 있게 가지려는 열정이 넘쳐난다. 새로운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온다. 오죽하면 정답이 없는 시대가 도래되어 시험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할까.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 정답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니, 수긍이 간다. IT의 혁신이 가져다 준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평생직장의 믿음과 자부심을 품고, 온 마음으로 일하던 시절이 무색하다. 나는 이런 시대의 변화에 편승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3을 구매하고, 4 그리고 5로 바꿔가며 편하게 사용했다

재빠르게 변하는 것들을 따라가려면 때로는 고달프기도 하지만, 시대에 걸맞은 혜택을 누리는 듯한 뿌듯한 느낌을 더 많이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는 최고학부 출신임에도 컴퓨터를 비롯하여 스마트폰 등 모든 기기를 마다하신다. 조금만 배워 사용하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며 설득해도 꿈쩍 안 하시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권하고 싶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힘은 대단하다. 지구 곳곳의 일들을 실시간으로 듣고 보고, 갖가지의 자료를 공유하게 됨은 물론, 웬만한 개인 신상도 알 수 있는 열린 시대가 되었다.

소통의 방법 또한 혁신적인 변화의 기류를 타고, 자신을 활짝 내보이는 방식이 세태의 흐름을 대변한다.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그리고 인스타그램 등, 접속하여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내가 누리는 행복 중 하나는, 우리 집에 설치한 음향 설비와 스마트 TV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앱(Berliner Philharmoniker)에 접속하는 일이다. 오케스트라로서 세계 최초로 시도한 온라인 콘서트 영상 서비스(Digital Concert Hall) 중계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건축가 한스 샤룬에 의해 설계된 연주홀은 여러 개의 텐트를 펼쳐 놓은 듯한 아름다운 디자인은 물론, 홀의 생명인 완벽한 음향설계 등으로 세계 각국에서 본따르기를 할 정도라고 한다

훌륭한 연주홀에서, 최고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공연 실황을 집에 앉아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앱에 접속하면 생중계는 물론, 지난 다섯 해의 녹화 영상을 다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카라얀은 물론, 아바도 그리고 현재 지휘자 래틀이 지휘하는 연주 등 많은 작품이 있다.

며칠 전, 보기 드문 유명한 연주를 감상했다. 래틀 대신, () 라 스칼라 지휘자이며 현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무티와 함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스트라우스 곡을 실시간으로 감상했다. 연주가 끝난 뒤, 관중의 기립박수가 실내조명이 꺼진 뒤에도 이어졌다. 순간, 나도 그 자리에서 그들과 하나가 된 듯 감명 깊었다.  

세상에 연결되지 않은 것이 있을까. 태어나자마자 부모, 형제는 물론 이웃, 친구 등 사회의 수많은 연결고리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 고리 속에서 자신과 세상을 향한 순리를 깨우쳐 나아가지 않았을까. 때로는 관계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결속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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