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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배종덕 목사] 온유의 역설



배종덕 목사(벨뷰 한인장로교회 담임)


온유의 역설(逆說) 마태복음 5:5

‘다모클레스의 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의 영주였던 디오니시오스는 호화로운 연회 자리에서 당시 제2의 권력자였던 다모클레스를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 아래에 앉히고 말했습니다. 

‘왕으로서 자신의 권좌는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칼 밑에 있는 것처럼 항상 위기와 불안 속에 유지되고 있다.’ 최고 권력자인 왕이 자신의 권좌가 벗어나지 못하는 위험 속에 있다고 느꼈다면, 최종 권력과 책임은 누가 가진 것일까요?

나치의 전범들, 일제 치하에 공무집행을 했던 사람들, 공산 치하에 당원이 되었던 사람들, 그들은 하나 같이 변명합니다. ‘자신들은 상부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제도화된 거대한 폭력 아래 감히 거부하지 못하는 힘없는 개인들 뿐이었다고….

톨스토이는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라는 책에서 이를 꼬집듯 지적합니다. ‘당신이 만일 제도적인 폭력의 일부가 되어 누군가를 압제했다면 그 이유는 당신도 그 폭력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누구도 폭력으로 황폐해가는 조직을 책임지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공권력, 자본가, 군부의 폭력아래 제도적 압제에 참여했다면, 그것은 자신의 탐욕, 허영, 비겁함을 만족시키기 위한 의지적 선택이었다는 거지요.

만일 국가 권력의 통수자나 관리로서 거짓말하기를 포기하고 처형과 폭력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부패 성직자가 위선을 포기하고, 자본가가 사기와 금력으로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를 포기한다면, 당장에 우리는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상황을 거부하지 않고 그 지위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명백한 의지적 선택이 됩니다. 

세상의 모든 조직이 톱니바퀴처럼 얽혀 제도적 폭력 덩어리가 되어 있을 때, 그 속에서 출세, 부귀, 영화, 권력과 명예 그 모든 영역이 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습니다. 그 모습을 성경은 ‘육체의 욕심을 따라, 이 세상 풍조를 좇아, 공중의 권세 잡은 자 즉 불순종의 영을 따르는, 본질상 진노의 자녀(엡2:1-3)’라 표현합니다.

성경은, 그 제도적 폭력을 거부하고 떠난 사람들, 그 모든 사회적 칭찬과 성취를 의지적으로 버린 사람들, 경건을 위해 모든 것을 잃고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압제당함을 선택한 사람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빌3:8). 

말발굽에 짓밟히는 들풀처럼 아무런 저항의 힘도 갖지 못한 채, 거대한 폭력의 강한 압제에 눌려 아무런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는 비천한 사람들, 성경은 그들을 가리켜 ‘온유한 자’들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들에게 복이 있다’라고 말씀했습니다. 이 신앙적 역설의 뜻은 무엇일까요?

권력과 자본이 만든 제도적 폭력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그 압제의 가장 밑바닥을 찾아간 사람들, 그들은 그 삶이 십자가의 길이며, ‘믿음으로 사는 의인의 삶’이라 믿었고, 최고의 복, 지복이라 믿었습니다(빌2:7-8).

반면에 하나님을 거부하고 떠나 인간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과학과 기술의 힘에 의지해서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 하나님의 자리를 인간이 성공적으로 대체한 것 같지만, 과학과 정보의 폭력에 스스로 노예가 된 것은 아닐까요?

게르첸의 어록에 우리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리가 버린 세계의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공포가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공허하고, 확대된 자유… 가는 방향도 모르고 우리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가서 무엇을 얻을지도 모르고 멈추는 방법도 모른다… 미래는 바다보다 끔찍하고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과연 우리는 현대의 문명, 생활양식, 지금까지 이루어 낸 모든 성과들을 상실할 각오가 있을까? …”

누가복음에서 읽은 예수님의 첫 설교가 생생하게 귓전을 두드립니다.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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