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혜(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가을
山
가을
산이 나를 손짓한다
새들을
앞세우고 새벽부터
찾아와
우짖는다 어서 오라고
산허리엔
구름 감고
울긋불긋
치장한 몸매로 나를 유혹하는 山
수천
년 지나도 늙지 않는 청청한 얼굴
아름답게
단장하니 더욱 황홀하고 눈부시다
온갖
열매들
등허리가
휘도록 짊어지고
해거름
길에 나선 山
온
산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불꽃은
인화성이 강하여 섬뜩하다
나무하나
없는 벌거숭이 산처럼
갈수록
황폐해지는 사람들의 마음
피땀없이
모아서 쌓은 황금 모래성
연
이은 부패의 고리
차라리
쓴 웃음밖에 보낼 것 없는 세상 인심
여론의
돌팔매를 피하려는 궁여지책들
탐욕스런
불꽃이 이 세상을 핥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