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혜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겨울 바람에 내 고독을 날려보내자
텅빈 들판에 눈발이 내린다
바람따라 춤추듯 흩날리는 눈발
춥고 쓸쓸한 들판을 가득 메운 눈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뒤덮인 날
새들의 구슬픈 울음은
은빛 눈구덩이에 빠져들고
나무 가지마다 수북이 쌓인 새하얀 눈을 보며
내 마음도 정화되는 듯 싶었다
텅빈 들판 같이 고독한 내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눈
내 마음 화폭에 포근한 설화雪花를 그리자
세월이 급변하는 시대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져야
새상 이치가 보인다
던데
적막한 세상사 가소롭다
잠시
후 태양이 빛을 발하면
자취도 없이 사라질 눈처럼
혈과 육의 동반자 없는
죽음의 길로 다가가는 우리들
빨리 빨리를 외치며 사라지는
느긋함을 잃어버린 시간 앞에
홀로 서서
겨울 바람에 내 고독을 날려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