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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전병두 목사] 두려워 아니하리로다



전병두 목사 (유진 중앙 교회 담임)) 

두려워  아니하리로다

부평교회로 부임한 첫 해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습니다. 피난민들의 임시주택 같은 곳에서 첫돌을 앞둔 아들, 두 살을 넘긴 딸과 함께 그 겨울을 지낸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온돌 방으로 소리 없이 스며 들어오는 연탄가스와 싸움을 벌여야 했습니다. 열 가구가 함께 사용하는 지하수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매일 새벽 일과처럼 물동이를 옆에 두고 찬 바람을 맞으며 길게 줄지어 섰고, 다른 쪽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또 길게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그 해 겨울을 넘긴 다음 봄 학기가 다가왔습니다. 신학교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부평에서 부산까지 통학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으로 단단히 각오했지만 월요일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부평에서 전철을 타고 용산역에 도착한 후 부산행 완행열차를 갈아타야 했습니다. 장장 12시간 가까운 여행 끝에 부산진역에 도착하면 어둠살이 내려 앉는 저녁이 되곤 했습니다. 긴박한 한 주간의 공부가 끝나면 금요일 야간 완행열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부산진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린 두 아이와 아내뿐 아니라 기다리고 있을 소박한 교회 성도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꿈에 부풀곤 했습니다. 삐걱거리는 교회당 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을 때 그 감격과 기쁨은 무엇으로 표현할 수 가 없었습니다. 다윗의 고백이 생각났습니다.

 "주의 궁정에서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 (시 84:10). 

1978년 6월의 마지막 주일을 앞둔 금요일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이 끝나자 서둘러 부산진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서울과 경기 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야간 열차의 차창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굵은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곧 그치려니 하는 바램과 달리 북쪽으로 갈수록 비는 더 많이 내리고 있었고 철로 주변의 농지에는 물이 바다처럼 넘치고 있었습니다. 수원역에 기차가 도착하자 안내방송이 들렸습니다. 

집중 호우로 기차가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것과 승객들은 일단 내린 후 기차역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새벽부터 아빠가 도착하기를 기다릴 어린 남매가 생각났습니다. 

허술하고 나지막한 사택이 안전하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초조함으로 시간을 재고 있을 때 기차가 출발한다며 탑승하라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부평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습니다. 

버스정류소에 내리자 낯선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물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들이 건물 벽마다 뚜렷하게 보이고 주민들은 대피하여 마치 죽은 도시 같았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집까지 뛰어갔습니다. 열 가구가 사는  집은  거의 처마 밑까지 물이 찬 흔적이 뚜렷했습니다. 

아직도 물은 무릎까지 차 있었고 주민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우리 가족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엌문을 열자 살림들은 엎어지고 쓰러진 채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고 방안의 서재와 책들은 흙탕물에 흠뻑 젖은 채로 바닥에 뒹굴어져 있었습니다. 교회당으로 가보았습니다. 

의자 위까지 물이 차있었습니다. 바닥은 진흙 뻘로 덮여 있었고 벽에 걸렸던 노아 홍수의 성화 한 폭은 물 위에 둥둥 떠있었습니다. 흠뻑 젖은 차림으로 정찰길 집사님을 찾아갔습니다. 집사님 댁의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전도사님, 걱정하셨지요? 사모님과 아이들을 제가 큰 길 맞은 편에 있는 화생당 약국 2층집으로 안전하게 옮겨드렸습니다. 거기로 함께 가십시다." 

2층집 문을 두드리자 아들을 품에 안고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아내와 딸이 글썽이는 눈물을 삼키고 반겨주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아기를 받아 안았습니다. 성경의 말씀이 떠 올랐습니다. "바닷물이 솟아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흔들릴지라도 우리는 두려워 아니하리로다. (셀라)" (시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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