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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수필- 김홍준] 우뭇가사리의 추억



김홍준 수필가(오레곤 문인협회 회장)

 
우뭇가사리의 추억

 
곳곳에서 가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무더운 날씨라고 야단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서북미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불볕더위에 정성 들여 가꾸어 놓은 채소들이 한낮에는 잎이 축 늘어진 채 헐떡거린다. 예년에는 4~5일 정도 찜통더위가 잠시 다녀가곤 했었는데, 금년에는 3주를 넘어 아예 눌러앉을 기세다. 그래도 각종 냉방기구들이 돌아가는 곳은 견딜 만하다.

내가 어릴 적에 자라던 충남 예산의 산골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부모님과 살 때는 전기불도 아직 찾아오지 않았던 시골이었기에 아무런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온 몸으로 더위를 이겨내며 지내야 했다

기껏해야 어른들은 등멱(목물)이라 하여 웃통을 벋고 우물 곁에 엎드리고 방금 길어낸 시원한 우물물을 바가지로 등에 끼얹고 밀어주면 어이 시원하다하면서 만족하던 시절이었다.

무더위 뙤약볕에서 밀짚모자 하나 쓰고 아낙네들은 수건 하나 머리에 둘러쓰고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온 몸에 땀띠가 돋아서 힘들어 하면서도 자연에 순응하면서 일하곤 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하는 등멱은 긴긴 여름날 무더위에 지친 몸을 단번에 상쾌하게 해주곤 했다.

내가 몇 살 때부터 이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무더운 여름날 어머님이 어쩌다 만들어 주시던 우무 냉국을 한 사발 들이키고 나면 뼈 속까지 느껴지는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

우뭇가사리는 남해안 바닷가에 많이 서식하고 동해와 서해에서도 자생하는 바닷말 종류의 붉은 색을 띤 해초다. 이것을 채취하여 잘 씻고 말려놓았다가 필요할 때 잘 삶아 건져내고 그 물을 그릇에 담아 식혀주면 투명한 묵과 같은 우무가 된다

다 응고가 된 후 얇게 썬 후에 다시 생체와 같이 썰어주고 차가운 물을 듬뿍 넣은 후에 콩가루와 약간의 소금으로 간하여 후루륵 들이키면 세상에 이렇게 차가운 음식이 있을까 싶고, 무더위는 걸음아 나 살려라도망치고 으스스 춥기까지 하다.

우뭇가사리에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명망 있는 스님이 길을 가는데 너무나 시장하여 마침 보리밭에 잘 여물어가는 통통한 이삭을 잘라 비벼서 입에 넣으니 풋풋한 맛이 허기까지 몰고 달아나는 것 아닌가

세 이삭을 먹고 난 후 생각하니 그제야 자기의 과오를 깨닫고 고민하다가 소로 변하여 밭 주인집에서 보리 한 이삭에 1년씩 3년을 일해주고 소똥에 글씨를 써놓고 떠났다. 농부가 보니 소는 간 곳이 없고 소똥을 자세히 살펴보니 오늘 밤 도적떼가 올 테니 그들에게 진수성찬을 잘 차려주라고 했다.

3년간 열심히 일 해주고 떠난 고마운 소의 당부이니 그대로 음식을 잘 준비하고 기다리니 과연 도둑의 떼가 들이닥쳤다

도둑들이 농부의 극진한 대접에 놀라서 잘 먹고 잔 후 아침에 사연을 듣고 소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 발자국을 따라가 보니 붉은 소가죽이 놓여있고 그곳에 “이 소가죽을 남해 바다에 던져 넣어 여기에서 돋아난 해초를 가지고 무더위와 허기진 백성들이 먹게 하시오”라고 쓰여 있는지라 그렇게 하였더니 그곳에서 돋아난 붉은 해초가 우뭇가사리라고 한다는 이야기다.

우뭇가사리는 열과 더위를 다스리는 식품으로 알려졌으며 식이섬유와 미네랄 요오드, 칼륨이 풍부하여 나트륨과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아주어 비만과 변비 고지혈증 당뇨에 뛰어난 효능이 있고 고혈압 심근경색 동맥경화 예방을 하며 최근에는 풍부한 카라지난 성분이 항암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다고 한다.

, 미역, 다시마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미네랄 요오드는 체내에 잘 흡수가 되지 않지만 우뭇가사리에 들어있는 요오드는 흡수가 잘 되어 갑상선 기능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고 천연 구충제 역할을 하기도 하며 면역체계를 개선하여 당뇨에 유익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요즈음 같이 무더운 날씨에 최고의 음식인 우뭇가사리를 푹 고아서 우려내고 식혀주니 마치 젤리같이 투명하고 탄력 있는 묵 같이 된다. 마침 콩가루가 없어서 깨소금으로 대신하여 한 그릇 들이켜니 뱃속까지 시원해진다

이래서 우주적 한기를 느끼게 한다고 하여 한천’(寒天)이라는 이름이 붙었나 보다. 어릴 적 먹던 맛을 못 잊어 몇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몇 파운드 사다 놓았다.

한국에서는 좋은 효능을 밝혀내고 우무콩국, 우무막지, 우무장아찌, 우무 미역냉국, 우무콩국, 우무된장국 등등 각종 요리로 변신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내일은 물에 담가놓은 콩을 살짝 삶아 갈아서 콩 우유를 만들고 우무콩국으로 무더위를 날려볼 생각을 하며 이곳에서도 이런 귀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은혜가 무한 감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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