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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경의 북리뷰]빈센트 반 고흐의『반 고흐, 영혼의 편지』(신성림 옮김, 예담ㆍ2005)



이효경(UW 한국학도서관 사서)


 
'천재 화가' 고흐가 남긴 주옥 같은 영혼의 글

 
고흐의 <해바라기그림을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한쪽 귀를 붕대로 싸매고 있는 <자화상>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그러나 고흐가 불후의 명화만 남긴 것이 아니라 주옥같은 영혼의 글도 남겼다는 것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그의 글은 사실 그림에서보다  선명하게 고흐의 예술혼을 느끼게 해준다그가 지닌 순수함과 고도의 영적 세계를 글로 다시 만날  있다는 것은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정말로 값진 일이다.
 
마침내 고흐라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덜란드의 후기 인상파 화가이며 광적인 예술가로만 알고 있었던 고흐에 대한 나의 짧았던이해는 그가 남긴 편지글을 통해 전면 수정되었고 마침내는 고흐라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나는 한국 번역본을 읽기 전에 우연한 기회에 영어 번역본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책장을 두리번거리다 어디선가  듯한 그림의 낯익은 표지 때문에 무심코 집어 들게  것이 인연이 되었다마른 얼굴에 앙상하게 두드러진 광대뼈 위로 날카로운 눈동자가 번득이는 고흐의 자화상 스케치가 표지에 실려 있었다그런데 고흐의 그림은 없고 온통 깨알 같은 편지글만 가득한 책이었다그제서야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글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는 화가가 아닌 글쓴이로서의 고흐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고흐라는  인간이 통째로 성큼 다가와 버렸다작가로서의 고흐는 물론화가로서의 고흐와  인간으로서의 고흐를 이해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어떤 그림보다 훨씬 더 고흐를 알게 해줘  
 
영혼의 동반자 동생 테오와 나눈 그의 편지는 단순한 안부와 정황을 묻는 그런 글을 훨씬 넘어선다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그의 삶의 철학이 녹아 든 솔직 담백한 내면의 글이다그가 그린 어떤 그림보다도 훨씬  깊이 화가에 대해서 알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그림이   감상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라면 글은 독자가 작가의 마음을 쫓아 같이 나누는 작업에  가까워서 그러하지 않을까아름다운 그림  폭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함에 비한다면 그의 글은  목적지까지 걸어온 끝없는 절망과 번뇌의 과정을 설명해 주는 길과 같다.    

나는 영어로  고흐의 편지 글을 먼저 읽고 나서 한국 번역본을 찾았고 다시 꼼꼼히 읽어 나갔다혹시라도 영어였기에 고흐의 글을 조금이나마 잘못 이해하거나 놓친 부분이 없진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였다또한 고흐의 편지를 모국어로 읽으면 그가 감내했던  절실함이 진정  것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정말 그랬다모국어로 다시 읽은  고흐영혼의 편지 그의 글을 곰곰이 되집는 즐거움을 어김없이 가져다 주었고육성으로 생생히 듣는 고흐가 남긴 삶의 고민은 그와의 친밀감을 쌓는 기회가 되었다.
 
예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읽게 되다
내 인생의 큰 스승을 만난 엄청난 행운
 
고흐의 글을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이미 그의 그림과 그를 사랑하는 미술 애호가들은 많을 것으로 안다그러나  책을 통해 고흐가 예술에 쏟았던 그의 사랑과 열정을 읽게 된다면 천상의 값진 작품을 아는  이상의 행운을 잡을지도 모른다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림과의 만남뿐만 아니라고흐라는  인간을 만나게 된 것이  인생의  스승을 만난 엄청난 행운이었다그의 영혼에 심취하게  것도 이제는 숨길  없는 고백이 되었다.

고흐의 가장  매력은 단연코 그의 성실함과 열심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그는 비록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화가였지만 상황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애쓰는 화가였다밀레와 렘브란트와 같은 화가가 되고자 치열하게 습작의 길을 걸었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정확하고 심오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철저히 노력했다.   
 
마법을 깨고 그림으로써 저항하며 앞으로 나가
무력감 속에서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시도해   
 
 비어 있는 캔버스를 응시할 때마다 ‘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좌절감이 그를 괴롭혔지만고흐는   캔버스가 제압하는 마법을 깨고 계속 그림을 그림으로써 저항하며 앞으로 나아갈  알았다.

언제쯤이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있을까 고민한다압도될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표현할  없을  같은 완벽함 앞에서 그리지 않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울  있다는 것을 때로는 인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무력감 속에도 고흐는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 아름다움을 향해 시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진정한 예술은 사람의 영혼에서 나옴을 알다
고흐의 그림에는 탐구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무엇보다도 그는 그림이 단순히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았다진정한 예술은  깊은 원천인 사람의 영혼에서 솟아 나오는 것임을 그는 믿었고 그렇게 그리려고 쉬지않고 매진했다

그가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에서 고흐는 농부의 손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 고심한다농부를 닮은 손과 굵어진 마디를 통해 노동과 정직으로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나누는  농부의 가정을 보여주고자 심혈을 다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탐구했던 흔적이  묻어난다고흐의 별에는 희망이 묻어나고 뿌리는 사람에게는 흙의 냄새가지는 석양을 통해서는 사람의 열정이 보인다.

물질적 궁핍함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고흐를 생각해보면 이런 진실성을 예술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고흐가 사랑스럽다 못해 애처롭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로서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았던 그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아마도  책을 읽는 누구나 고흐를가슴 깊이 안아주고 싶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흐의 예술혼은 삶에 대한 진지함 일깨워줘
결국 꿈꾸는 자만이 별에 도착할 수 있다

고흐의 예술혼은 예술인에게는 물론 평범한 우리 모두에게 삶에 대한 진지함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안위하지 않는 도전하고 시도하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끝까지 노력하는 열정을 놓지 않는 삶은 고흐가 우리에게 보내는 귀한 메시지가  것이다.

그의 편지글 중에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나를 꿈꾸게 한다 대목이 있다고흐는 그를 꿈꾸게   별을 쫓아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았다그리고  별에 이를  있기를 그렇게도 고대했었다누군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별에 이를  없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불행한 것은 이를  없는 별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꿈꾸는 자만이 별에 도착할  있다고흐는 지금 그가 꿈꾸었던  별에 가있다꿈꾸게 하는  밤하늘의 별을 찾아 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함을 가르쳐준 삶의 스승고흐에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반 고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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