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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문창국] 겨울산



문창국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부회장)

 
겨울산
 
 
바람에 점령당한 산허리
눈 뒤집어쓰고 침상에 누웠다
 
홀연히 그대가 떠나간 날
나도 겨울산처럼 스스로를 가두고
돌아앉아 문빗장을 걸었다
 
숲길에 새겨놓은 발자국
풀섶에 매달린 정겨운 목소리
하얀 손으로 매만지던 여린 잣나무가지
앉아 저녁노을 바라보던 바위에 남겨진 온기
계곡물 소리보다 맑은 웃음소리
머물러있는데, 내 기억 속에 있는데
그대는 숲을 떠났다
 
겨울산은 바람만,
찬바람만 부둥켜안고 있다
 
내 눈에 눈물이 마른 것같이
계곡도 얼어붙어 흐름을 멈추었다
 

<해설>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겨울 산을 자신을 투영하는 물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추위와 시련의 계절인 겨울과 견고한 정신을 상징하는 산의 복합적 오브제인 겨울 산은 “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에서 고행의 존재로 묘사되었다

사실은 이 산은 과거에 작가와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의 자취가 짙게 자리한 장소이다. 그러나 현재 그의 “그대”가 떠난 이 산은 “찬바람만 부둥켜안고 있다.” 

이 작품의 중요한 문학적 가치성은 작가의 정신이 감성적 고독을 초극하고 이성적 고독의 한 차원 높은 경지에 있음이다. 그는 외로움의 여린 감정의 회한에 머물지 않고 고독을 스스로 포용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고 고독을 수행하듯 견고히 지켜냄으로써 강한 정신세계를 시적 주제의식으로 상승시키고 있어 깊은 울림을 제공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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