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혜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시 월
하늘은
푸르고 맑은 거울
그
거울 속에서 코스모스 꽃들이 춤을 춘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는 누군가를 기다리다
스스로
길 떠날 채비하는
우아하게
단장한 여인.
저녁
햇살은 마른 나뭇가지 위에
양의
눈빛 같은 순한 휴식을 내려놓고
어미
산토끼 열매들을 물어
토굴
속으로 나르고 있다.
시월은
나의
서재 안에
국화
향 모국어를 가득 부려놓고
바람
따라 떠나는 시인이다.
<해 설>
시월은
가을의 절정기이다.
만물의 형상과 색이 풍요함을 보여주는 성숙의 계절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거울같이 맑은 하늘에서 “코스모스 꽃들”을 보고 있다.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감각과 감성의 촉수가 예리하다. 그는 “단풍나무”를 연인을 기다리다 스스로 찾아 떠나는
우아한 여인의 이미지로 그려 가을이 사랑의 계절임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그는 “저녁 햇살”이 나무에게
“양의 눈빛 같은 순한 휴식”을 제공하는 존재로 묘사하여 가을의 정취를 고조시킨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월이 자신의 서재 안에 “국화 향”의 “모국어” 즉 시들을 선물하고 떠나는 “시인”으로 은유화한다.
이
같은 신선한 이미지들로 그는 가을의 형태와 색, 그리고 향기의 총체적 조화미를 독자들로 하여금 향유토록
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