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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조영철] 녹슨 못



조영철 시인(서북미문인협회 이사장)

 
녹슨 못

 
 
콩나물이 걸을 때마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건
산등성을 몇 굽이나 넘으며
온몸이 땀을 흘리기 때문이다
 
굴곡진 그 길로
연탄재로 부서진 어머니가 돼오신다
 
한때는 풋콩이었던 어머니
일생을 찬물만 뒤집어쓴 것도 모자라
끓는 물에 몸부림치다
끝내 자식 입에서 고개를 떨구실 때
푸르렀던 들판을 굽어보셨겠지.
 
그 국물, 입에 맞는다고
혓바닥으로 맞이해서
가슴이 뜨끈한 걸 몰랐던
새끼 식충이
여태껏 발목 꺾은 콩나물
한결같이 못이 되어 발바닥을 찌른다.
 
오늘따라 밥상 위에 서린 김
눈물로 방울져 내린 심장에
빼곡히 서 있는 녹슨 못
화장터 끓는 불이라도 마셔
딱 한 번만이라도
콩나물로 거듭날 수 있다면
 
 
<해설>
 
시의 미학은 무한하면서 절제된 상상력과 표현력의 조화에 존재한다

시적 상상은 주제나 모티브로 축조되고 표현은 은유나 직유같은 비유로 구축될 때 그 글의 건축미는 견고하고 시 읽기는 즐겁다

인용된 작품 속에서 콩나물이 땀을 흘리며 산등성을 넘는 고단한 삶을 산 작가의 어머니를 투영한다그리고 그 어머니는 부서진 연탄재로 변이되고 다시 녹슨 못으로 변용되어 삼중적 이미지로 나타난다

이 같은 다중적 형상의 어머니는 “일생을 찬물만 뒤집어 쓴” “끓는 물에 몸부림”을 친 희생적 어머니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작가는 현재 그의 밥상 위에 “녹슨 못”으로 서서 자신의 발과 심장을 찌르는 어머니의 사랑을 엄정한 모성애의 시적 주제로 구축하여 독자들의 가슴을 진동시키고 동시에 다양하고 참신한 은유의 표현미로 시 읽기의 맛을 북돋아 주어 인상적이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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