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연못
속의 구도자
창세의
하늘이 열려있는 연못 속*
나무들이
묵도를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키가 큰 더글러스 전나무
평생
벌린 그의 운명과의 혈투
숱한
포탄의 파편이 박힌 몸이다.
서서
싸우고
서서
잠을 자며
추우면
옷을 벗고
더우면
옷을 입는 참 구도자.
고난과
안일에 무릎을 꿇지 않고
세상을
하늘로 끌어 올리는 사명
오직
그 한길만 걸었다.
거꾸로
서서, 가을의 나이에,
모든
것을 물속에 비워 내
그의
뿌리가 태양을 품었다.
그의
뿌리가 별들을 먹는다.
파란
얼음 잎새들 불길이 타오르고
바늘
상처들을 탄피처럼 흩으며
나그네의
손을 그의 가슴속으로 끌어 들여
뜨거운
피눈물을 만지게 했다.
뜨거운
피눈물을 만지게 했다.
*시애틀 Mukilteo시 Crown Park 마을 안의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