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영 시인(서북미 문인협회 회장)
오월의 기원
빗소리가 슬플 때가 있습니다
오월의 창을
서성거리는 바람
어둠과 부딪치는
숲 덧없이 진 비운의 달은 갔습니다
내 몸을 파장하는
통증도
느린 걸음으로
계곡을 지납니다
이제 좀 덜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햇볕 드는 날이
더 많은 오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녀 가장에게도
독거 노인에게도
따뜻한 가슴으로
다가가는 이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배부른 자는
부를 풀고
땀과 노동의
의미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의 노래와
아름다운 언어로
무궁한 힘을
길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해설>
화자는 지난 잔인한 사월, 혹은 겨울은 빗소리가 슬펐고 바람과 어둠과 싸워야 했던 비운의 달이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도 파장하는 통증을 앓아야만 했던 달이었다.
그러나
오월이 왔으니 햇볕을 받아 덜 아프기를 기원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화자가 자신만의 고통에 집착하지
않고 이웃과 사회의 고통에 까지 페이소스의 경계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노동자에게 더 많은 햇볕이 들기를 바란다. 그 햇볕은 하늘의 햇볕이라기
보다 불운한 자들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가슴인 것이다.
그렇다.
사람의 따뜻한 가슴이 곧 햇볕이다. 여기서 지소영 시인이 진정한 휴머니스트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오월을 여러 미사여구로 찬미하는 글을 애독한다.
그러나
진정한 문학은 고통에서 빚어낸, 그것도 보다 더 불행한 이들에 대한 연민의 사랑에서 빚어낸 작품이 더욱
깊은 카타르시스의 미학을 구축한다는 점을 이 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여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시적 모티브가 진한 감동을 준다. 시인이 속히 쾌유되어 그의 기원대로
아름다운 언어로 감사의 시를 쓸 수 있는 무궁한 힘을 얻기를 바란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