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백현수] 자비의 虛

백현수(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자비의 虛


침목을 물리고 내 흐린 안구를 간신히 연다


둔한 色/흐미한 燈!

내 골방에 드리운 침묵!

무딘 혼들이 광대처럼 너울-춤을 춘다

 

귓전에 울리는 굴렁쇠 소리-

 

햇살은 너덜대는 문지방을 넘느라 애를 태우고 이미 

투사된 빛은 구들장을 훑고 있는데

간 큰 나는 낯선 구들의 무늬를 본다

포근한 달-내음이 내 후각을 다름질했던 대물림된 골방이 

光子의 행패로 낯이-설다

 

귓전에 울리는 굴렁쇠 소리-

 

빛-살은 거침없이 토벽土壁을 쪼고!

토공이 흙-손으로 칼-질 했을 둔탁한 동선動線 타고 맞닿은 

천정의 경계에까지 이끄는 것이다

구석 모서리엔 내 시각과 공생하고 있는 거미-집!

그 줄에 얽힌 생명 있는 잡티들을 그도 먹고살았을 것이다

귓전에 울리는 굴렁쇠 소리-

 

골방이 내뿜는 고액苦厄이 내 심장을 요동케 하고 내 

사유思惟가 삽질 당할 즈음 내 골방에서 가장 너른 터를 

차지하고 있는 백열등! 그 모진 빛이 헐거운 까닭은 나의 

게으름 때문이겠고 그 알에 끼인 것들은 

웃대로부터 침잠된 태-흔太-痕이겠으나 나의 야:-린 안구는 

무슨 까닭인가?

 

귓전에 울리는 굴렁쇠 소리<자비의 虛>가 내 광태狂颱의 끈을 튕군다

곁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네!

 

물린 침목을 다시 품고 등짝을 눕혔다

밝으면 밝은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내 골방은 실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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