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빈소 한산…5공 실세만 자리 지켰다
- 21-11-24
전두환 빈소 '5공 실세' 등 자리 지켰지만…근조화환만 가득
조문객 300명 추산…장세동·민정기·고명승 조문
"회개·사죄 없이 떠났다"…여야 대선후보도 '거리'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의 장례식 첫날인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빈소는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으나 측근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5공 실세'였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군 사조직 '하나회' 출신 예비역 등이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켰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가 보낸 근조 화환들이 눈에 띄었다.
◇'심기경호' 장세동, 밤늦게까지 빈소 지켜
전씨의 기분까치 챙기는 '심기경호'로 유명한 장세동 전 부장은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전씨의 자택부터 조문객을 맞는 빈소까지 자리를 지켰다.
전씨의 빈소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특실 1호실에 자리 잡았다.
장 전 부장은 전씨의 집권 기간인 제5공화국에서 전반기 3년7개월은 경호실장으로, 후반기 2년3개월은 안기부장으로 지냈다.
오후 9시57분 빈소 밖으로 나온 장 전 부장은 "빈소 안에서 어떤 말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다가 대답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
장 전 부장처럼 연희동 자택에 이어 빈소를 지킨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자택 앞에서 취재진에게 "(전 전 대통령이) 평소에도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리라고 가끔 말씀했다"고 전했다.
전씨의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 출신'의 고명승 전 예비역 육군 대장은 오후 4시37분쯤 빈소를 찾아 오후 7시까지 머물렀다. 하나회 출신 김진영·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과 신윤희 전 육군 헌병부단장도 빈소를 찾았다.
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을 경호한 박상범 전 청와대 경호실장도 빈소에서 전씨를 추모했다. 조문 시작 25분 전인 오후 4시35분에는 전두환 민정당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이영일 전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준석·이재용·반기문 근조화환 보내
전씨의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장남 재국씨, 차남 재용씨도 빈소에 머물렀다. 3남 재만씨는 24일 늦은 오후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왼쪽)과 고명승 전 육군대장이 대기하고 있다. 2021.11.23/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
전씨의 과거 사위였던 윤상현 윤석열 캠프 총괄특보단장도 늦은 밤 빈소를 찾은 뒤 오후 10시10분쯤 밖으로 나왔다. 그는 '빈소에서 어떤 말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할 얘기 없다"고 답했다.
이날 조문객 약 300명이 찾은 것으로 알려진 빈소 주변은 대체로 차분하고 한산했지만 유튜버들이 "무슨 사과를 말하는 거야" "공산당에게 사과를 받으라고요"라고 취재진에게 항의하며 소란이 일기도 했다.
정·재계 인사가 보낸 근조 화환들은 밤늦게까지 속속 도착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강창희 전 국회의장,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등 정치권 인사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대한민국헌정회 원로의원 박권흠, 자유청년연합 대표 장기정 등이 이날 근조 화환을 보냈다. 오후 9시50분 기준 화환 수는 총 79개까지 늘었다.
경찰은 23일 오전 8시55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화장실에서 전씨가 쓰러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출동한 경찰은 9시12분쯤 쓰러진 사람이 전씨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그는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앓고 있었다.
전씨 사망일은 그가 1988년 11월 23일 대통령 재임기간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부인 이순자씨와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에 들어간 지 정확하게 33년 되는 날이다.
'친구'이자 후임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28일만이다.
◇유언 따라 화장할 듯
그러나 노 전 대통령 별세 당시와 달리 전씨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정적이다. 장례 절차도 노 전 대통령이 국가장으로 치른 것과 달리 가족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회개나 사죄 없이 떠났다"며 그의 생전 행적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고 여야 대선후보는 "전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지 않겠다"며 거리를 두는 입장을 냈다
시민단체 전두환심판국민행동은 빈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씨의 죽음으로 그와 부역세력들이 저질렀던 모든 범죄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역사의 진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별세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고인이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2021.11.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5·17 쿠데타에 항의해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유혈진압은 1950년 6·25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정치적 비극이며 전씨는 그 비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전씨 유족은 5일장을 치른 뒤 오는 27일 발인을 할 계획이다. 전씨의 시신은 유언에 따라 화장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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