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전병두 목사] 목사님, 고마와요
- 21-11-22
어느 날 대구에서 한 통의 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다름이 아니라, 유진에 저희 큰 이모님이 거주 중이신데 몇 주 전 암이 신체 전반적으로 전이되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어머님이 급히 방문을 하려하는데 전에는 큰 이모님이 직접 유진공항으로 픽업을 오셔서 무리없이 이동할 수 잇었는데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현지에서 이동 등...도움을 받을수 있을지 궁금하여 연락드립니다”.
메일을 읽고 바로 답신을 보냈습니다. “연락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모님의 건강으로 걱정이 크시리라 생각됩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래 살아서 대부분의 교민 분들을 알고 있습니다. 연세 드신 교민 한 분이 그저께 병원에 다녀오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박 선생님의 이모님일 것 같습니다. 이모님의 건강 회복을 위해서 기도드리겠습니다. 유진에 어머님께서 도착하시면 제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알려 준 시간에 맟추어 아내와 함께 공항으로 나갔습니다. 출구에서 나오는 승객들 틈에 칠순이 넘어 보이는 한국 할머니 한분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시는 박 선생님의 어머니시지요?“ ”네, 목사님 되시나요?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사라지고 곧 안도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두 개의 대형 가방을 차에 싣고 그와 함께 언니의 집으로 달렸습니다.
이 분은 건강하던 자기 언니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받은 후 몇일 동안 잠 한숨 못자고 가장 빠른 비행기로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여든을 넘긴 이 분의 언니는 남편과 사별 후 십 년이 넘도록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마당에 들어섰지만 집은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한 참을 기다리자 차고의 문이 열리고 언니가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된 상태였습니다. 한국에서 달려온 동생의 손을 잡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한참 후에야 언니의 울음은 멈추었습니다.
”목사님 그리고 사모님, 도와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이제 한국에서 아우님이 오셨으니 마음 편히 가지시고 이야기 나누세요. 저희는 또 들릴게요“.
아내는 준비해 온 따뜻한 밥과 몇가지 반찬을 전해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찾아간 집의 할머니는 창 심슨이라는 교민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전도한 분이었는데 언젠가 수요일 저녁 예배에 참석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아내와 함께 심슨 부인의 구원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심슨 부인이 차고 문을 열었을 때 차고 속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차고에는 자동차 대신에 물건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발을 들여 놓을 수 조차 없었습니다. 자그마한 플라스틱 용기들, 포장도 뜯지 않은 수 많은 물건 박스들, 가방들, 주방 용기 등 헤아릴 수 없는 물건들이 천정에 닿도록 채워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심슨 할머니는 매월 지급되는 연금으로 물건들을 주문하는 것으로 낙을 삼고 살아왔습니다. 주문한 물건은 차고에만 쌓여 있지 않았습니다. 부엌에도, 화장실에도, 세 개의 방에도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배달된 그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박스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이튿 날 아침에 한국에서 도착한 여동생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목사님, 우리 언니가 지금 숨이 차고 곧 쓰러질 것 같아요. 병원에 급히 가야 되겠어요...“ 전화를 끊자 저는 바로 911(응급전화번호)을 돌려 심슨 부인의 집 주소를 알리고 위급한 환자를 병원 응급실로 옮겨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구급차를 기다렸습니다. 병원으로 실려 온 심슨 부인은 의식이 없었습니다. 간호사들이 분준히 움직이는 삼십 분 동안 저는 심슨 부인 옆에서 기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 전 목사입니다. 눈을 뜨 보세요...“ 한 시간 쯤 지났을 때 놀랍게도 심슨 부인은 눈을 뜨고 의식이 회복되었습니다. 병의 회복과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 주었습니다. 기도를 마치자 심슨씨는 큰 소리로 ”아멘” 하였습니다. ”목사님, 고마워요...“
눈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습니다. 의사의 진단으로는 이미 암 세포가 대장 뿐만 아니라 간장에도 전이 되어 회복핳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 주일 후 심슨 부인은 호스피스 하우스로 옮겨졌습니다. 이곳은 삶의 마지막 종착 역과 같은 곳입니다.
병원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잘 정돈 된 정원 안에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건물 뒤에는 공원처럼 넓은 정원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환자들이 창문으로 아름다운 꽃, 나무들을 볼 수있었습니다. 이곳은 짧게는 하루나 이틀 정도, 길게는 한, 두 주 정도 생존하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는 곳이었습니다. 심슨 부인이 눈을 감기 이틀 전에는 놀라울 정도로 의식이 또렷하였고 대화도 밝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심슨 부인의 손을 붙잡고 말하였습니다. ”천국에서 예수님의 품에 안기셔야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심슨 부인을 받아 주시고 천국의 축복을 얻게 해 주세요. 모든 허물을 용서해 주시고 천국 백성으로 삼아 주세요...“ 기도를 마쳤을 때 심슨 부인은 큰 소리로 ”아멘“으로 화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목사님, 고맙고 고마워요. 제 동생 잘 도와주세요. 부탁해요...“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미국서 국내선 3시간, 국제선 6시간 지연되면 자동 환불
- 한국 연예인 홍진경, 이번 주 김치홍보차 시애틀 H-마트온다
- [부고] 강화남 전 워싱턴주 밴쿠버한인회장 별세
- 한국, 40세부터 복수국적 허용 추진
- 한국학교 서북미협의회 개최 학력어휘경시대회서 5명 만점 받아
- 재미한인장학기금 올해 장학생 총 80명으로 확대
- <속보>부인 생매장하려했던 워싱턴주 한인 징역 13년 선고돼(영상)
- KAC, 한인서비스날 맞아 대전정 청소했다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김철훈 목사 소고(小考-1)
- [서북미 좋은 시-오인정] 복수초
- 한국 아이돌그룹, 시애틀 매리너스 경기장서 시구한다
- ‘인기짱’시애틀영사관 국적ㆍ병역설명회 개최…“선착순 접수”
- 시애틀과 대전 자매결연 35년 교류확대 추진한다
- “킹카운티 도서관 공청회에 참석하세요”
- 전북자치도, 시애틀 경제사절단 대상 투자 설명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20일 토요정기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0일 토요산행
- 한인운영 더블트리 호텔서 경찰총격 1명 사망
- 영오션 시애틀 한인들에게 한국산김치 판매 시작
- 시애틀, 벨뷰, 부산시장이 만났다
- 워싱턴주 체육회 기금마련 골프대회
시애틀 뉴스
- 워싱턴주 전기차 리베이트 준다…조건은 다소 까다로워
- 시애틀지역 운전자 테슬라 자율주행으로 운전하다 사망사고
- <속보> 한인운영 더블트리 호텔 총격 사망자는 해군 의사 출신(영상) -
- 머클슛 카지노서 '이유없이' 칼로 찔러 살해
- 워싱턴주 주민들 도박 중독 얼마나 빠져있을까?
- 워싱턴주내 늑대 크게 늘어났다
- 워싱턴주지사 후보 세미 버드, 공화당 공식 지지따냈지만
- 골드만삭스 "소비자 지출 호조…아마존주식 '매수'를"
- 시애틀 비지니스 시작하기에 얼마나 좋을까?
- 나이키 비용절감 위해 오리건 비버튼 본사직원 740명 해고
- 타코마 할머니 106살 생일잔치...장수비결 물어보니?
- 벨뷰 경전철 이번 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운항시작
- 시애틀시 24개 ‘마을센터’ 조성추진 여론 수렴한다
뉴스포커스
- '장밋빛' 물든 성장률 전망…전문가들 "유가·수출·환율이 관건"
- '의대교수 집단사직·주1회 셧다운' 예고…"최악의 5월이 온다"
- "오른다" "내린다" 엇갈리는 지표…'집 살까요 말까요' 시장은 혼란
- 홍준표 "또 끈 떨어진 외국감독 데려온다고 부산 떨어"…축협 비판
- "조국에 1000만원 배상"…'MB·박근혜 국정원 불법사찰' 첫 대법 판단
- "화제성 미쳤다"…민희진 울분 쏟아낸 기자회견 티셔츠 '완판'
- 고국에 비수 꽂은 신태용 감독 "행복하지만 처참하고 힘들어"
- 형님도 아우도 '도하 참사'…아시아 '고양이'로 전락한 한국축구의 민낯
- "시XXX" "개저씨" 뉴진스 엄마의 거친 입…하이브는 '민희진 고발장' 냈다
- '패륜 가족' 상속권 박탈…국민 상식 통했다
- 박정희 동상 건립 논란에 홍준표 "정치적 이유로 반대 옳지 않아"
- 테이저건 맞고 사망?…안전성 논란에도 현장선 필수인 이유
- "마늘 더 달라고요?" 식당들 울상…수입산도 1년새 50% 급등
- 티빙, 이용자 역대 최대 경신…넷플과는 역대 최소 격차 기록도
- 국민연금 소득보장안 논란 지속…IMF "보험료율 20% 이상으로"
- "웃기는 일 하고싶다"던 김제동, 27일 文 평산책방 행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