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재완] 가을 안개

김재완(시인/화가)

 

가을 안개


안개 낀 산야는 가을에 더 아름답다. 

사물의 경계가 부드러워서 좋다. 

사물의 티들도 덜 보여 좋다. 

세상의 부시럭거림이 

촉촉한 안개 속에 묻혀버린다.  


안개는 시야의 짐을 덜어줘서 좋다. 

먼 곳을 희미하게 가려서 

앞길의 시름들을 가려준다. 

가차운 곳은 더 들어냄으로 

살붙이 일상들이 더 정겨워진다. 


그래서, 무어든 

겁없이 잘 할 것 같고,

걱정없이 잘 될 것같은

몽유 속으로 빠져든다.


의로운 햇빛이 

단잠을 흔들어 깨우기까지

그래도 잠시나마

가쁜 숨을 돌릴 수 있어 좋다. 


내가 가는 길에

종종 안개가 끼어서 

좀 쉬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목록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