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5일 '국가장'으로…5·18단체 반발, 文 조문 않고 애도만
- 21-10-27
30일까지 장례·조기 게양…장지는 국립묘지 제외하고 '파주 통일동산' 협의 중
文대통령 "역사적 과오 있으나 공헌·성과도" 유족 위로…광주시 "조기·분향소 안한다"
광주시와 광주 5·18 단체, 일부 진보 진영에서 국가장 결정에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으나 관심을 모았던 직접 조문은 가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6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46회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계획안은 이날 중 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고인께서는 제 13대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면서 국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며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위원들과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는 장례절차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참모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장례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오는 28일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을 앞둔 상황이어서 이날 예정된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긴급 논의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으나 직선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고 형 선고 이후 추징금 납부 노력 등이 고려됐다"며 국가장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장례는 26~30일 5일장으로 진행되며 국가장 기간에는 법령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국기를 조기로 게양한다.
장례위원장은 김 총리가 맡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장례 집행위원장을 맡는다.
영결식과 안장식은 오는 30일에 거행하되 노 전 대통령이 영면에 들 장지는 국립묘지를 제외한 곳으로, 장례위원회가 유족 측과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역대 대통령 중 국가장으로 장례가 치러진 것은 지난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가 유일하다.
2011년 이전에는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이에 따라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이었다.
© 뉴스1 |
이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 역시 국장이었으며 최규하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진행됐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의 경우 국장이나 국민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다만 정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형법 제87조에서 90조까지의 죄를 범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 전 대통령은 내란죄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특별사면을 받아 복권됐다. 내란죄는 형법 제87조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립묘지 안장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족들 역시 고인의 생전 뜻을 받들어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에 모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파주시는 교하동을 본관으로 하는 교하 노씨의 선산이 위치해 있고 고인의 육군 9사단장 시절 관할지역의 일부이기도 했다.
유족 측이 밝힌 노 전 대통령의 유언에는 "생전에 이루지 못한 남북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에 이뤄지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해철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지 결정에 대해 "아직 결정 안 됐다. 관계법률에 따라서 현충원은 (대상이) 아닌 걸로 됐다"며 "나머지 장지 문제에 대해선 유족분들 의견을 듣고 충분히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 위로를 전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빈소에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빈소에 조문은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예정된 다자 정상회의 일정과 28일 떠날 유럽 순방 일정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으나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의 국가장 반대 목소리 등 노 전 대통령 예우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광주 5·18 단체들은 이날 "무고한 시민을 죽인 학살주범을 국가 차원에서 애도할 수 있느냐. 노씨를 국가장으로 하면 추후 전두환도 국가장 예우를 하지 않겠느냐"고 반발했다.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 을지 국무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전날 서거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애도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2021.10.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는 국기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광주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고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이날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께서 5·18에 평소 갖고 계셨던 미안한, 사과하는, 또 역사를 책임지는 마음을 중간중간 많이 피력했는데 직접적으로 말씀으로 표현하지 못하신 게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헌씨는 노 전 대통령의 유언에 대해 "대통령을 하셨고 책임이 많아서 잘하신 일, 못하신 일 다 본인의 무한책임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며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이나 그 외에도 재임 안 하셨을 때 일어난 여러가지 일에 대해서 본인 책임과 과오가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고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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