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별세] 아버지 대신 5·18 사죄한 아들…손녀는 해군 자원입대

노 전 대통령, 1남1녀…아들 재헌씨, 매년 광주 찾아 5·18 영령에 사죄

 

딸 소영씨, SNS서 간간이 근황 알려…손녀 민정씨, 군전역후 회사 근무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지병 악화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

1979년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차별 진압하는 데 개입했다. 지난 1995년 모교 경북고 동창모임에서는 "광주사태 별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국민 지탄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과거 언행을 사죄한 사람은 그의 아들 재헌씨다. 두 전직 대통령의 직계가족 중 5·18민주묘지를 찾아 사죄한 사람은 재헌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변호사'인 재헌씨는 지난 2019년 8월23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방명록에는 '삼가 옷깃을 여기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해 5월29일에는 예고 없이 광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오월어머니집을 찾았다.

재헌씨는 "작년에 다시 오겠다고 했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지나 이제야 오게 됐다"며 "40주년 5·18민주화운동이 지났다. 행사를 많이 준비했을건데, 모두 건강하시죠"라고 인사했다. 재헌씨의 왼쪽가슴에는 5·18 40주년 기념 배지가 부착돼 있었다.

재헌씨는 오월어머니집 방명록에 '오늘의 대한민국과 광주의 정신을 만들어주신 어머님들과 민주화운동 가족 모든 분들께 경의와 존경을 표합니다'고 적었다.

같은 날 오전 국립5·18민주묘지에 노태우 전 대통령 이름의 조화를 헌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버님의 입장과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온 것이다. 아버님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대신 헌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김의기 열사를 추모하고 있다. 김 열사는 1980년 5월30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 6층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을 쓴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인쇄하다가 추락해 숨졌다. 2020.5.29/뉴스1 © News1 한산 기자


같은해 6월23일에는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5·18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치유와 화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사과를 해야 되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일어나지 말아야 될 5·18과 관련해 항상 마음의 큰 짐을 가지고 계셨다"며 "특히 병상에 누운 뒤부터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 오면서 참배를 하고 사죄의 행동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저한테도 고스란히 마음의 짐이 됐다"고 했다.

올해 5월25일에는 광주 동구에 위치한 한 소극장을 찾아 5·18 연극 '애꾸눈 광대-어느 봄날의 약속'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에서 투쟁하다 한쪽 눈을 잃은 이지현씨(가명 이세상)가 기획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공연 중인 5월 대표 연극이다.

이날 재헌씨의 깜짝스러운 공연 관람에 객석에 앉은 유족과 당사자들은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재헌씨는 공연에 앞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오월 영령에 사죄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피해자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5·18은 어떤 의미이며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듣고자 공연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를 찾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54)가 '5·18 영령들을 마음깊이 추모하며 광주의 정신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 피우는 대한민국을 염원합니다'라고 방명록을 남겼다. (독자 제공)2021.4.22/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자식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다. 소영씨는 본업인 미술 전시일에 집중하면서 간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근황을 알리고 있다.

소영씨는 지난 5월11일 자신의 SNS에 "가족과 가정은 소중하지만 품이 많이 들기에 시간과 노력은 필수"라며 서로 소통하고 공동의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21세기 가족의 의미'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혼소송 중인 자신이 한 대학 강연에서 가족에 대해 말 할 자격이 있는지, 또 말을 할 수 있는지 곤혹스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한달전인 4월10일에는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과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근황도 전했다.

소영씨는 "아버지는 눈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시기도 하는데, 정말 하고픈 말이 있을 때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온 얼굴이 무너지며 울상이 되신다"며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한 분은 침대에 누워 말 없이, 다른 한 분은 겨우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매일 아침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듯 서로를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두 분을 보면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일까 싶다"고 했다.

재헌·소영씨보다 언론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의 손녀이자 최 회장과 소영씨의 차녀 최민정씨다.

최씨는 지난 2014년 11월 재벌가 자제로서는 파격적인 해군 소위로 임관해 군생활에 나섰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닐 당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충당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2017년 11월 중위로 전영한 최씨는 이듬해 중국 투자회사를 거쳐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자 노 전 대통령의 손녀인 최민정씨가 중위로 적역하는 모습. 최씨는 2014년 9월 재벌가 딸로는 처음으로 해군 사관후보생에 자원입대했다가 이날 전역했다.(인천해역방어사령부 제공)2017.11.30/뉴스1 © News1 주영민 기자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열린 제117기 해군 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SK최태원 회장의 차녀 민정씨가 어머니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재벌가 자제 중 해군 장교로 입대한 이는 최민정 소위가 처음이다. 117기 해군,해병대 소위 임과후보생은 108명이고 이중 여성은 최 소위를 포함해 13명이었다. 2014.11.26/뉴스1 © News1 최재호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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