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문창국] 회전축의 단면

문창국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회전축의 단면


태양이 하루를 단절하는 방식은

한 동이 피를

물결치는 제단에 흩뿌리는 일이다

태양이 사라진 뒤

놀란 듯 부표처럼 떠오른 달

오늘은 결말을 보고야 말겠다는 듯

발밑까지 밀려든 파도

얼마나 출렁거리면

그대 발을 적시고 마음까지 얻을까

마지막 닿은 곳이 바다인 줄 알까

강은

강물이 바다에 안기는 순간

더 이상 강이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강폭은 바다에 가까울수록 넓어지지만

생의 끝자락은 병목같이 좁아서

둘이서 나란히 빠져나갈 수도 없다

지워도 아주 지울 수 있을까

어지러운 생의 흔적들

우회로도 없는 막다른 골목이라면

뒤돌아서

다시 시작해도 되련만

강물이 바다에서 흔적을 찾는 일,  

아니다

한 생을 지우는 일은

멀고 긴 여행의 한 축을 지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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