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이경미] 3D 꽃

이경미 시인(서북미/오레곤 문인협회 회원)

 

3D 꽃 


누군가

나를 한 다발 묶어서

너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었으면


밟혀서

신발에 묻어서라도

짓눌린 꽃내음

숨 참고 있다가

너 앞에서 은은히 퍼질 수만 있다면


나는 곧 흩날릴 텐데

너는 나를 기다리는데


무균병실 격리 중인 너

살아있는 것은 그 어떤 작은 것도 들어갈 수 없다면

살아있는 것으로는 네게 갈 수 없다면


꽃가루 다 털어버리고

꽃향기 다 날려버리고

알레르기 걱정 없는

플라스틱 꽃으로라도

필 수만 있다면


누군가

나를 한 다발 묶어서

3D 프린터에 넣어줄 수 있다면

네게 갈 수만 있다면.


<해 설>

인간은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 그리고 사랑함으로써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이 작품 속에서 화자 역시 사랑을 생명의 절대가치로 인식하고 그 사랑을 위한 무아적 열정을 다한다. 그녀의 사랑의 대상은 무균병실에 격리중이라 사랑을 나눌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녀는 3D 꽃이나 플라스틱 꽃으로라도 연인과 만남을 갈망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작가의 사랑은 생사를 초월한 정신적 사랑이란 것이다. 이 같은 시공을 초월한 사랑은 사랑이 곧 생명이라는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오늘날 코로나 팬데믹 상황속에서도 사랑의 불모성을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고한 문학적 효용성을 구축하고 있다 하겠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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