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북반구 겨울, 재유행 조짐에 기로 선 '위드코로나'

일일 확진 英 4만명·러 3만명대…인구 800만 스위스 사망자 수 '한국의 5배' 
백신·치료제로 높아진 기대감…방역 완화 계속 추진할 수 있을까

 

북반구에 인플루엔자 등 계절성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다.

어느덧 꽤 진행된 백신 접종과 곧 출시를 앞둔 먹는 치료제로, 작년 봄부터 이어져온 팬데믹이 지난 겨울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거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그러나 대대적 방역 완화를 먼저 실시한 영국은 물론, 점진적 완화를 추진해온 러시아와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위드 코로나'가 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정부 "일일 확진 10만 명까지 치솟을 수도"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인플루엔자 등 계절성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우리의 회복 상황이 큰 위협에 놓일 것"이라며 "이러다 하루 10만 명까지 갈 수 있다. 팬데믹은 아직 안 끝났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7월19일 사실상 위드코로나를 선언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까지 개인 자율에 맡기는 대대적인 거리두기 철폐를 발표하고, 백신 여권 도입 계획까지 철회했다. 팬데믹 기간 3차례나 실시한 봉쇄 정책으로 위축된 경제 회복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증감을 반복하던 확진자 수가 최근 폭발하며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에 육박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국영 보건기관들의 대표 격인 '국민보건서비스(NHS Confederation)의 매튜 테일러 국장은 "병원들이 느끼는 압박은 상당하다"며 일선의 목소리를 전하고, "좀 불편하더라도 빨리 조치를 취해 경제 정상화를 앞당기는 게 낫다"고 경고했다.

일단 영국 정부는 위드코로나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자비드 장관은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과 독감 백신 접종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화이자와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73만 회분 선구매 계약도 맺었다고 전했다. 

영국이 위드코로나를 실시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는 70%에 달하는 높은 백신 완전 접종률이 꼽힌다. 영국은 작년 12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6800만 규모 영국의 이날 신규 확진자는 4만9139명, 신규 사망자는 179명이다. 

◇러시아, 日 3만 확진에 올들어 두 번째 유급휴무령 

러시아도 매서워지는 '코로나 겨울'에 옷깃을 다시 여미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7일까지를 유급 휴가 기간으로 하는 휴무령을 발표했다. 

러시아에 코로나19 관련 휴무령이 발표된 건 지난달 6월 14일부터 19일까지 약 일주일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유급휴가가 실시된 후 이번이 두 번째다.

개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상황에 따라 봉쇄 조치를 연장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올 여름 중단했던 큐알(QR) 코드 인증제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바시키리아, 니제고로드, 페름, 사라토프, 크라스도나르 등에서 부활하고 있다. 

러시아의 큐알코드 인증제는 일종의 '코로나 프리(free) 증명' 제도로, 카페와 미술관 등 공공 장소를 이용할 때 △코로나19 음성 검진 결과나 △백신 접종 증명서 △최근 회복 이력이 있는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방식이다.

인구 1억4000만 규모 러시아는 최근 확진·사망 건수 모두에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3만4073명으로, 이틀 전 경신한 사상 최고치 3만4325명에 근접했다. 신규 사망자 수는 이틀 전 998명에서 전일 1000명을 넘기더니, 이날 1028명까지 치솟았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는 세계 최초로 승인된 코로나 백신이지만, 러시아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31.7%로, 전 세계 접종률(36.7%)에도 못 미친다. 국민의 정부 불신과 신약 사용 관련 두려움으로 실제 접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위스, 방역 완화 '일단 보류'

스위스 정부는 올 겨울 대유행을 우려해 예정했던 방역 지침 완화를 일단 보류했다.

스위스 정부는 "가을 방학 이후 등교 수업 재개, 부진한 확진자수 (감소세), 감염 위험이 높은 델타 변이, 상대적으로 낮은 백신 접종률 등 요인으로, 방역 지침을 완화하기에는 여전히 감염 위험이 높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 당국이 또 다른 대유행으로 환자들에 의해 압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요건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내달 중순에 이 같은 상황을 재평가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 존스홉킨슨대 과학공학시스템센터(JHU CSSE) 및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인구 870만 규모 스위스의 누적 확진자수는 85만8000여명, 사망자수는 1만1168명이다.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면 인구 규모는 6배 이상 적은 반면, 누적 확진·사망자 수는 각각 2배, 5배 이상 높은 셈이다.

다만, 이번 결정에 따라 백신 접종 반강제 조치인 '백신 패스' 폐지 시점도 아득해지면서, 국민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스위스 정부는 술집, 식당을 포함한 여타 공공 실내 공간 출입 및 행사 참여를 희망할 경우 백신 증명서 지참을 의무화하는 백신 패스 제도를 실시했고,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 같은 북반구 국가들의 겨울철 재유행 조짐으로 한국 등 많은 국가가 준비 중인 위드코로나의 향방도 기로에 설 전망이다. 지난 겨울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경기 침체를 겪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저마다 강도는 다르지만 나름의 방역 완화 정책을 계획해왔다. 

미국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 고문을 맡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앞으로의 확진자 증감 폭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지에 좌우될 것"이라며 "백신 접종이 잘 안 되면 바이러스가 또 확산해 올 겨울에 지난 유행의 물결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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