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제 다시 운동하냐"…코로나19 장기화에 사라지는 스포츠 동호회

4단계 강화, 야외모임 직격탄…“운동장 재가동” 국민청원도

식당 몰려다니며 뒤풀이 ‘눈총’…회원 관리 어려워 탈퇴 잇따라

 

“벌써 1년 가까이 운동장에 나가질 못해 답답하고, 이러다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아요. 백신 접종도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왔으니 올해 안에는 회원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사회인야구 동호회원인 윤동진씨(44·고양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회원들이 직장인·자영업·공무원·군인 등 지역에서 모인 다양한 직종에 근무하는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전인 올해 초부터 회원들이 하나둘씩 이탈해 정상적인 팀을 꾸리기조차 어려워졌다.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윤씨는 “누구는 ‘사적모임 금지 위반하면 직장내에서 징계받는다’, 누구는 ‘코로나19로 가게가 어려워 당분간 나올 수 없다’ 등 다양한 이유로 한 두 차례 모임이 무산되더니 결국 연말이 다가올 때까지 친선경기 한번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평범한 삶을 한순간에 뒤바꿔버린 코로나19는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온 여가·취미 생활조차 할 수 없게 만들면서 각종 동호회들마저 하나둘씩 활동저조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라지고 있다.   

조기축구 회원인 직장인 방모씨(45·파주시)는 “사적모임 금지에도 야외 활동인 축구는 올해 초까지 할 수 있었지만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되고 난 뒤 금지되면서 이제는 회원들끼리 전화로 안부만 묻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리두기가 계속되면 올 연말 모임 총회도 못할 판”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행주산성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8)도 “매출의 상당부분을 자전거동호회원들이 기여했는데 이제는 야외 모임도 금지되다 보니 주말 매출은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19년 파주 교하야구장에서 개막한 파주시 야구소프트볼 협회장기 야구대회에 참가한 동호회 야구인들. © 뉴스1



이처럼 야외 운동을 목적으로 한 동호회의 경우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지자체들의 경우 운영하는 체육시설의 대관을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사설 운동장들의 운영을 강제 중단했다. 민간이 자체적으로 운영중인 연중 리그가 지난 여름부터 사실상 모두 ‘올 스톱’ 상태다. 

이에 “운동장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고양시에서 야구장을 운영한다고 밝힌 청원인은 “4인 미만이 입장하는 실내스포츠는 운영을 허용하면서 실외에서 마스크도 쓰고 운동하는 야구장은 통제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방역조치를 완화해 줄 것을 호소했다. 지난달 17일 올라온 이 청원에는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한편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동호회의 특성상 거리두기가 완화되더라도 운동을 마친 후 단체 식사자리도 갖기 힘들어 친목도모조차 쉽지 않다. 동호회 임원진들 입장에서는 회원들 관리가 힘들어진 셈이다.

배드민턴 동호회의 총무인 임모씨(37·파주 운정)는 “전에는 모임(운동)이 끝난 후 단체로 식당에 모여 뒤풀이를 통해 서로 안부도 물으며 회의도 했지만 이제는 6명(접종완료 4명 포함)까지 완화된 상황에서도 인원을 쪼개 다른 식당에서 뒤풀이를 한다. 지난달 신입회원이 들어왔지만 환영식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 동호회원인 조모씨(38·고양시)는 “경기 후 친한 회원들끼리 아무 생각 없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종업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생각해 보니 8명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식당에 입장한 자체부터 어리석었다”고 푸념했다.

야구장 재개장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게시글.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뉴스1



이처럼 모임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회비만 내고 운동을 못하다 보니 최근 동호회를 떠나는 회원들도 늘고 있다.

지역 중고거래 커뮤니티에는 “운동을 접었다”며 테니스·볼링·야구·축구 등 자신의 운동장비를 판매한다는 글이 부적 늘었다. 

고양시 관계자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운동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시민들의 건강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올해 안에는 각종 체육시설을 재가동해 시민들의 여가공간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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