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이병일] 그 해, 시애틀 여름

이병일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그 해, 시애틀 여름


그 해, 시애틀 여름은

후끈한 열기와 끈적한 바람으로

적당하게 간이 배어 있었다.


그 해, 시애틀 여름은 툭하면 내리던 부슬비 따위도

어디론가 가 버리고

태양은 새벽잠도 없이 치솟곤했다.


그 해, 시애틀 여름은

잊었던 고향의 여름을 불러 오곤 했다.

후줄근한 장마로 시작하던 고향의 여름

물난리와 찌든 궁기가 

적당하게 버무려져 생존의 눈치만 키워 준 시절이었다


수도 없이 여름은 지나갔고

세월의 나이테는 투박해져 가는데 

문신처럼 남은 고향의 여름은

잘 익어가는 시애틀의 여름 복판에서 

여전히 서성거리고 있었다.


<해 설>


이 시대 지구가 앓고 사람들이 앓고 있다. 전염병과 기후병이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빚은 재앙이다. 이 작품 속에서 시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현대의 위기상황을 그려 보인다. 시인은 그가 거주하는 시애틀의 여름에 종종 내리던 보슬비가 사라지고 뜨거운 가뭄을 본다. 

그에게 고통스러운 것은 시애틀 여름에서 옛 고향의 여름을 맞는 것이다. 그에게 각인된 고향의 여름은 장마로 인한 물난리와 찌든 궁기이다. 그 고향의 장마는 가난한 자들에게 더욱 가난을 몰고 오는 수마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가 이국에서 오랜 세월이 지났으나 여름이면 장마로 고난을 겪었던 옛 고향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의식을 곡진하게 표출하여 동포들의 애국 애족의식을 환기시키므로 서 그 문학적 가치가 높다 하겠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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