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20년 대테러 작전…美 향한 위협은 정말 제거됐나

[9. 11 20년]알카에다·IS 잔존 세력 건재

국내 정치 분열도 문제…대테러 전략 방해 우려

 

2001년 발생한 9.11은 소련 붕괴 이후 찾아온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의 압도적 패권으로 유지되는 평화)를 흔들어놓은 사건이다.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건물과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펜타곤)가 항공기 충돌 공격을 받았고, 미수에 그쳤지만 워싱턴 연방의회의사당(캐피톨힐)도 표적이 됐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압도적 패권으로 공격의 주체이기만 했던 미국의 영토와 시민도 테러 공격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은 그해 10월 7일 미·영국군의 '항구적 자유 작전'(OEF, 테러와의 전쟁)을 개시하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2003년 3월 20일에는 이라크까지 전선을 확장했다.

아프간 침공의 직접적 명분은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 찾기'였고, 이라크 전쟁의 목표는 '대량살상무기(WMD) 발견'이었다. 빈 라덴은 10년 전인 2011년 파키스탄에서 사살됐지만, WMD 존재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된 전쟁의 남은 명분은 대(對)테러 임무다. 2010년 8월 3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전 종전 선언, 2020년 8월 3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전 종전 선언으로 '20년 대테러전'이 모두 끝났다. 이제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은 정말 제거됐을까.

◇탈레반 치하 아프간, 알카에다·IS 재건 가능성

알카에다·연관 단체 세력 분포도. 중동 시리아와 예멘,  중앙·남아시아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리카 튀니지·알제리·부르키나파소·말리·소말리아·아이보리코스트·니제르·리비아 등으로 널리 퍼져 있다. 튀니지미국외교협회(CFR) 홈페이지 갈무리. © CFR


안타깝게도 미·유럽군의 아프간 철수는 매끄럽지 못했다. 철군일을 보름 앞둔 지난달 15일 아슈라프 가니 친미 정부가 너무 쉽게 항복하면서 수도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들어가자, 서방 군대와 시민, 현지 조력자들은 쫓기듯 '탈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 폭탄 테러 공격으로 미군 13명과 민간인 다수의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으로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IS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건 이들 조직의 뿌리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 설립자들은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1979~1989년)했을 때 맞서 싸웠던 일종의 '독립운동' 세력인데, 1988년 알카에다를 세운 빈 라덴도 이슬람 의용군으로 참전한 바 있다. IS의 전신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도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한창 세력을 키우던 1990년대 후반 생겨난 단체다.

미군은 빈 라덴에 이어 2016년 2인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를 사살했다. 2019년 이후 알카에다의 고위 사령관 7명이 잇달아 제거됐다. 현재 알카에다를 이끌고 있는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카에다의 이데올로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현재 이슬람 원리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살라피 지하드 전사'들의 수는 9.11 당시보다 4배 늘었다. 유엔 모니터링팀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아프리카에서 상당히 성장했고, 시리아에서는 견고하게 자리를 잡았으며, 아프간 15개주에서 활동하며 탈레반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물론 미국의 대테러전으로 미국에서 '제2의 9·11'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다만 2004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기차역 폭탄테러 '3·11'이 일어나 테러 공포가 재발했고, 2005년 영국 런던도 유사한 공격을 받았다. 2006년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 의해 결집돼 2014년 부상한 IS는 또 다른 양상의 테러를 일삼았다.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파리와 니스, 미국 뉴욕 등에서 민간인 테러 공격이 잇달았고, IS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 '외로운 늑대'들도 모집돼 전 세계에 테러 위협이 고조됐다. 

2004년 3월 11일 오전 7시 30분 스페인 마드리드 아토차역에서 발생한 알카에다 연계 단체들의 테러 공격으로 191명이 사망하고 2061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당시 CCTV 화면 갈무리.


고조되는 테러 위협에 미국과 유럽 등 83개국 군대가 약 5년에 걸친 소탕 작전을 벌인 끝에 2017년 다국적군의 승전이 선언됐다. 그러나 2019년 미국 플로리다 펜사콜라 해군 항공 기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잠입 요원의 총격으로 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한 사건은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아직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을 계기로 이 같은 테러 조직이 재건될 가능성이 미국과 영국 고위 군 당국자의 입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탈레반 내에도 테러 조직으로 분류되는 강경파 '하카니 네트워크'가 있고, 그 리더이자 탈레반 2인자 시라주딘 하카니는 아프간 새 정부에서 내무장관 대행을 맡았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의 또 다른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협상팀과 맺은 평화 협정의 결과물이다. 당시 탈레반은 미군 철수 조건으로 아프간이 다시 테러단체의 천국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당시의 약속이 지켜질지는 현재 미지수다.  

◇'공공의 적' 없던 미국, 외부 위협 내부로 전환

미·유럽 연합군이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대테러전을 벌이는 동안 미국의 관료 사회도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편됐다. 2010년 워싱턴포스트(WP)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당시 정부 내 1271개 기관이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민간 기업 1931곳이 협력하고 있었다. 일급 비밀 보안 인가를 받은 사람만 약 85만4000명에 달했다. 펜타곤의 3배 또는 캐피톨힐의 22배에 버금가는 규모였다.

이러한 '과잉 대응'으로 9.11 재발을 막은 건 분명하지만, 안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재정 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도전은 '더 시급한 안보 우선순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CFR은 지적했다. 바로 어느새 국가 내부로 깊숙이 들어온 안보 도전이다.

 

2021년 1월 6일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정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로 난입한 사건은 바로 외부에서 내부로 전환된 위협을 단적으로 시사한다고 CFR은 짚었다.

IS와 알카에다의 위협이 지속되고 더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테러 역량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극단적 정치 분열이 이런 전략의 실행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CFR은 "9·11 테러 이후 나라를 하나로 묶은 단결, 공동의 목적과 운명은 미국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현재의 정치적 양극화 분위기는 다가올 위협에 대비할 정부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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