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도 잡는 '먹는 치료제'…정부 선구매, 1인당 90만원은 부담

머크 등 3사와 협의 진행…화이자·로슈는 연말 임상 결과 
올해 1만8000명분…내년까지 3만8000명분 362억 책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공존 소위 '위드코로나'를 위한 필수조건인 먹는 치료약의 개발이 성큼 다가왔다. 기존 치료제인 렘데비시르는 근육 주사라 병원에서만 맞을 수 있는데 신종 플루 약인 타미플루와 같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면 이는 코로나19 '게임체인저'가 된다. 병에 걸린 듯 하면 사놓은 약을 가정에서 편히 먹고 초기에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 3곳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선두로 나서고 있다. 미국 머크와 화이자, 스위스 로슈가 각각 항바이러스제를 개발 중이다. 화이자는 단백분해효소 억제 약물이고 다른 두 개는 RNA 중합효소에 작용한다. 


머크가 개발 중인 약은 '몰누피라비르', 화이자는 'PF-07321332'을, 로슈는 'AT-527'의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3상 임상 중인 몰누피라비르는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이르면 연말께 미국에서부터 상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화이자와 로슈의 약은 둘다 연말께 임상시험 결과를 낼 예정이다. 

먹는 약이라 편리하기도 하지만 변이에도 영향받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나는데 이들 치료제는 RNA중합효소나 단백분해효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변이와 무관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먹는 치료약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머크는 이미 미국 정부가 몰누피라비르가 승인되면 170만 코스(course)를 12억 달러에 구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6월 밝혔다. 1인 치료에 필요한 약품 양이 1코스로, 170만명분을 샀다는 말이다.

자국내 제약사인데도 미국이 구매한 가격은 1코스당 706달러다. 환자에게 하루 2번 5일 정도 투여를 가정하면 10회당 가격이 706달러가 된다. 1회는 70달러로, 한번 맞는 데 약 20달러였던 화이자 백신에 비해 약 한번 먹는 데 우리 돈으로 10만원 가까운 돈이 쓰인다. 

앞서 7일 질병청은 추가경정예산 168억 원을 투입해 머크 치료제 1만8000명분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1인당 90만원이 넘는다. 

그후 8일 방역당국은 다시 코로나19 치료제를 선구매하기 위해, 현재 한 글로벌 제약사와 비공개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머크 외에 화이자, 로슈와도 먹는 치료제 선구매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약의 부작용이 나중에 발견되거나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위험 분산 차원에서 여러 제약사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계약을 마치면 공개범위에 대해 협의 후 발표하겠다"며 "현재까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구매자금으로 예산 362억원을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머크 구매분 168억원에, 2022년 예산안에 2만명 분 도입을 위해 별도 예산 194억원을 추가했다는 말이다. 

170만명분을 산 미국 등과 비교해 우리는 올해와 내년을 합쳐 아직 3만8000명분이라 물량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싼데다가 아직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약들을 선구매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반론도 있어 먹는 치료약 구매를 둘러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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