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샷이 더 강한 변이 촉발' WHO 주장은 사실일까 엄포일까

백신 접종 못한 사람들 사이서 더 위험한 변이 발생가능

선진국도 자국민 보호 입장…국내서도 9월부터 부스터샷 접종

 

최근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이에 대한 모라토리엄(연기·유예)을 촉구했다. 부스터샷으로 더 강한 코로나19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9월부터 추가 부스터샷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면역이 약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는 지난 13일부터 부스터샷을 승인해 접종을 시작했다. 한편 국내 방역당국도 9월부터 코로나19 백신 2차접종을 마친 고위험을 중심으로 부스터샷을 시작할 예정이다.

25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이 같은 WHO의 의견을 인용하며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이 팬데믹(대유행)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부스터샷으로 인해 백신예방 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돌고 있다는 점"이라며 "부스터샷 권장이 더 많은 변이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O 전문가들은 부스터샷에 쓰일 물량을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 몫으로 전환한다면 더 위험한 변이의 발생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차 접종 만으로도 여전히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 위험으로부터 충분한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라이언 WHO 보건 비상프로그램 총괄은 24일 "구명조끼도 없는 사람들이 익사하도록 버려두고 이미 구명조끼를 가진 사람들에게 추가로 나눠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부르스 에일워드 WHO 사무처장은 같은날 "일부 국가에서 부스터샷을 시작하면 다른 나라들도 따르면서 결국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필요한 글로벌 공동체로서의 연대감을 잃을 것"이라며 "부스터샷보단 아직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접종을 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첼 실버맨 영국 글로벌개발센터(CGD) 연구원 또한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와 미국인들을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미국인들에 더 많은 부스터샷을 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변이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중 하나는 백신에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WHO는 전 세계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위해서 약 110억회분의 백신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WHO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저소득 국가에서는 인구의 5% 미만이 백신 예방 접종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

◇선진국은 자국민보호 입장…3차접종 보호 효과 높아

그러나 선진국 입장에서는 자국민의 건강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부스터샷을 시작한 이스라엘에서 나온 연구 결과들을 보면 3차 접종이 2차 접종에 비해 최대 4~6배의 효과를 보이는 등 보호 효과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WHO는 WHO의 입장이 있고 선진국들도 자국민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부스터샷을 할 수 있으면 당연히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벡 머시 전 미국 공중보건국 최고운영책임자(Surgeon General)는 "(전 세계와 미국)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이 전 세계를 돕기 위해 부스터샷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1억회분을 해외 국가들에 기부한데 이어 5억회분을 추가로 기부할 계획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내 나라가 우선이냐 전 세계 통제가 우선이냐인데 어려운 딜레마"라고 답했다. 백신 공급만 충분하면 부스터샷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접종도 가능하겠지만 그만큼의 백신 공급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고위험군에 대한 부스터샷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반인들 접종도 반드시 빨리 해야 되는지는 조금 유보적"이라며 "부스터샷에 대한 WHO 입장도 일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도 9월부터 부스터샷 접종…"세부계획 논의중"

한편 국내 방역당국도 9월부터 부스터샷을 고려 중이다. 2차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지 6개월이 지난 고위험군이 대상이다. 다만 접종할 백신 종류와 필요물량 등 자세한 계획은 현재 전문가들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접종 대상은 지난 2월 처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기 시작한 고령층부터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예방접종 기획반장은 24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추가 접종은 외국 사례를 보고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계획 수립중"이라며 "감염 위험이나 감염 위중증률, 2차접종 간격을 고려해서 고위험군부터 접종하는 것이 우선 원칙"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