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목 회장의 6ㆍ25전쟁 참전기-끝]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그리고 후세들에게 남기는 말
- 21-08-04
윤영목(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됐던 6ㆍ25 한국전쟁이 발발한지도 7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6ㆍ25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청년들도 이제는 80~90대가 되면서 대부분 참전 용사들이 하늘나라도 떠나고 생존해 있는 용사들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조국인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오늘날의 번영은 없었을 것입니다.
올해 만 90세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윤영목(병충학 박사) 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이 생생한 한국전 참전기를 보내와 시리즈 형태로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애독을 당부 드립니다. /편집자註
20사단 포병 복무와 2차 미국포병학교 고등군사반과정 파견교육
1953년9월 또다시 전속명령이 내려왔다. 제20사단 포병단 작전참모 보직발령이었다. 이곳에서 사단포병 작전참모와 예하 포병 제70대대 부대대장, 그리고 제69대대 대대장 대리를 역임하고 있던 중 미 육군포병학교 고등군사반 과정 파견교육 발령이 내려왔다. 포병과 확장계획에 따른 장성급 지휘관 보충을 위해 보병과에서 포병과로 전과해 장차 사단포병사령관으로 임명될 준장급 4명이 파견교육단 50명그룹에 포함되었다. 필자는1954년 7월 또다시 미국행 장도에 오르게 됐으며 2년전 이미 방문했던 곳이어서 별 지장없이 무사히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귀국 길에 워싱턴주 타코마 남쪽에 위치한 포트 루이스(Fort Lewis) 미 1군단본부 영내에서 귀국선을 기다리기 위해 1주일간 체류한 적이 있다. 그때 타코마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당시 타코마에서는 한인들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육군 교육총본부와 2군사령부 복무, 예편과 도미유학
1955년 1월에 귀국하자 광주 상무대안의 육군교육총본부 포병과 교육과장으로 복무하였으며 곧 소령으로 진급된 후에는 일선 포병부대 교육훈련과정 시찰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1956년2월 대구 제2군사령부 포병과 정보참모로 복무하게 되었으며 이곳에서 필자의 미래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됐다. 중단된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같은 해 9월 6년1개월간의 군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군 복무중 미국 생활을 경험한 필자에게는 미국 유학이 꿈이었다. 장남으로서 도미유학 문제에 관해 부모님과 상의와 양해가 있어야했다. 수일간 상의 후 드디어 ‘도미 유학’으로 결론이 났으며 부모님으로부터 시애틀행 편도 항공표와 미국 정착금조로 1,200달러의 지원금까지 약속 받았다. 그 당시 1,200달러면 대단한 금액이었다.
선친의 마지막 조언은 “네가 군에 6년여를 투신해서 인정을 받고 있는데 계속 군에서 출세할 수도 있지 않나”였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이미 유학길로 마음의 결단이 내려져 있는 상태여서 선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후 통계를 보면 필자가 속한 제5기 포병간부 후보생 44명중에서 장군이 6명, 장관이 4명 발탁되었 으니 선친의 조언에도 일리가 있었음을 지금에 와서 깨닫고 있다.
1957년 9월 장학금 혜택을 받고 워싱턴 주립대학(WSU)에서 7년 아래인 미국 동기생과 경쟁하는 만학도로 어려운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새로운 전쟁 터에서 새로운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고학은 각오한 바였지만 무엇보다 영어와 재정문제가 난제였다. 그후 오리건주립대학(OSU)과 미시간 주립대학(MSU)에서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됐고 드디어 필자의 꿈이 이루어지게 됐다. 미시간 주립대학에서는 지금의 귀중하고 영원한 동반자를 만나 결혼도 하여 귀여운 장녀와 장남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꿈과 노력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신조를 철저히 믿고 있던 필자에게 길이 열린 것이다. 전쟁3년, 전후3년여의 군생활은 필자에게 용기와 지혜를 얻게 해주었으며 국가 존망의 위기상황에서 구국성전에 참여해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일조한 것은 필자의90평생에서 그 무엇보다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값진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당나라 두보의 시중에 ‘인생 70 고래희’라는 명구절이 있는데 필자는 이미 70고개를 넘어선 지가 오래이고 ‘인생 90고래희’를 맞이했다.
90평생 중 유소년기 12년을 압록강변 혜산진과 중국(만주)에서 지냈고 태어난 조국 한국에서는 불과14년간 살다 1957년에 도미했으니 현재까지 64년을 미국에서 보내고 있다. 출생 후 일본 통치하에서 1945년 해방 당시까지 14년을 본의 아닌 일본 국민으로, 그후 30년을 한국 국민이었다가 1975년에 미국시민이 되었으니 평생에 3개국 국적을 취득했고 3개 국어도 습득하면서 인생의 단맛 쓴맛을 고루 체험했다.
후세들에게 남기는 말
우리들 8ㆍ15/6ㆍ25세대는 태반이 예측하지 못한 가지가지 시련과 역경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그 고난을 이겨내고 나라 위한 의무도 다했으며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여생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6ㆍ25란 처참한 전쟁을 치르고도 남북간 서로의 양보 없는 대치상황은 마냥 지속되고 있다.
이제 나라의 앞날과 운명은 후세들에게 달려있으니 애국 애족정신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줄 것을 참전 노병의 한사람으로 간곡히 당부하는 바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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