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병일] 들풀

이병일(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들풀


나는 한 포기 들풀,

아침 꽃잎으로 피었다가

저녁 풀잎으로 눕는다. 

 

따가운 한 낮 햇살로

허기진 빈 속 채우고

스치는 바람에 찌든 얼굴을 씻는다. 

 

누가 돌아보는가,

저 흙바람 속 한 포기 들풀

긴 세월 바람은 스쳐 지나갔고,

돌아보는 눈길도 없었던

인고의 시간,  

차라리 은혜였으리! 

 

나는 초원에 누인 들풀이다

무엇이 짐이랴,

홀로 하늘을 이고 서서

삼층천을 꿈꾼다. 

 

흔드는건 바람일 뿐,

오늘도 그 자리에 누워

임의 화사한 꽃잎으로

내 속살을 덮는다. 

 

나는 들풀이다.

참으로 복에 겨운 들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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