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극렬 지지·음모론…美 남부서 백신 안 맞는 이유

1회 이상 접종률 40% 안팎…전체 67%에 크게 못 미쳐

 

캘리포니아 등 미국 20개 주(州)가 주민 절반의 완전한 백신 접종을 달성한 가운데, 앨라배마와 테네시 등 남부 지역은 미국내 가장 낮은 접종률로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5일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선 1회라도 백신을 맞은 인구 비중이 대체로 40% 안팎에 불과한데, 이는 67.1%에 달하는 전체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루이지애나(38%), 미시시피(36%) 등 더 낮은 지역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성인 70%에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다는 목표를 결국 이루지 못했는데, 이 같은 목표 달성 실패에 남부 지역 저조한 접종률의 기여도가 작지 않다.

남부 지역 흑인들과 보수적인 시골 백인들 사이에서 특히 백신 저항이 크기 때문인데, 이들 지역의 높은 백신 거부감에는 정치적 요소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테네시주 블라운트 카운티의 오논타 지역은 작년 대선에서 유권자 90%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백신이 흑인 남성들을 살균할 것이라는 음모론도 퍼져 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이지만, 이는 과거 1932년부터 1972년까지 미 정부가 이 지역에서 흑인 남성 수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매독 실험 등 차별적 의료 관행의 아픈 역사에서 비롯됐다.  

백인 남성들 사이에서도 백신이 질병보다 더 큰 위험을 수반한다는 믿음이 일부 시골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오논타 지역 이발사인 프랭크 아란트(70)는 고령에 당뇨까지 앓고 있어 감염 취약 계층에 속하지만, "백신을 맞고 죽은 사람을 많이 봤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런 이유로 남부지역 내 많은 흑인들은 백신 접종 상황에 대해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 시민(재니스 콥, 60)은 말했다.

이에 지역 당국은 접종을 독려하고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백신 접종 캠페인에 열의를 다하고 있는 쉴라 타이슨 카운티 위원은 이날도 앨라배마 최대 도시 버밍엄 흑인 거주지인 메모리얼 파크를 집집마다 방문하며 "일요일인데 다들 나오셔서 무료 음식을 먹고 백신도 맞아 달라"고 호소했다고 AFP는 전했다.

미국의 일일 백신 접종 횟수는 지난 4월 초 400여만회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4만회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감염력 높은 인도발 델타 변이가 50개주 전역에서 확산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전일 NBC뉴스에 출연해 "국가 전반적으로는 (접종이) 잘 되고 있지만, 접종률이 35%에도 못 미치는 지역이 있다"면서 "특정 지역이나 도시에서 (변이 감염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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