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푸틴 만나는 진짜 이유

중러 관계 역학, 미·러 정상회담 목적이자 주요 의제

"결국 미국의 가장 큰 우려는 중국의 부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바이든 팀 인사들은 점점 가까워지는 중국과 러시아 관계 역학을 주시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밀착 관계' 과시해온 중·러: 중국과 러시아는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속에서 더욱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이달 초 한 싱크탱크 포럼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간 선린우호 협약 조약이 체결되고 20년간 중러는 더 큰 규모, 폭넓은 영역, 깊은 수준의 관계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영상 메시지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더 정의롭고, 민주적이며, 안정적인 '다중심 세계질서 체제(polycentric system of world order)' 구성을 지지해왔다"고 화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내 최고의 친구'로 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언사는 다소 과장되고, 위선적인 측면이 있지만 바이든 정부로선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게 워싱턴의 분위기다.

바이든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년간 중러관계는 전술적 협력이나 편의에 의한 일시적 파트너십으로 제한된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보다 견고하고 전략적 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두 나라의 관계는 더욱 깊이 있고 진솔해졌다"며 "거의 동맹에 가까운 수준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중러 관계가 늘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소련은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을 빠르게 인정하고, 1950년대 경제적 유대를 발전시켰다. 두 나라는 미국이 지원하는 한국전에서 함께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공산권 주도권을 두고 두 나라 관계는 냉각됐다. 급기야 중국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하기도 했고, 80년대 말이 돼서야 가까스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최근 들어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 경제, 군사적인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유엔과 같은 다자기구에서의 협력은 물론, 대(對) 시리아 기조에서 중동 국가에 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러시아를 중국이 편드는 식으로 서로의 외교적 의제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양국 간 교역액은 1000억 달러(약 111조 7300억 원)를 돌파했고, 이를 2024년까지 2배로 만든다는 게 두 나라의 목표다.

이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염려하는 분야는 단연 군사·기술 협력이다.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가 긴밀히 협력해온 군사·기술로는 고급 전투기, 극초음속 기술, 매우 효과적인 레이더, 전투 통합 시스템, 잠수함 관련 핵 추진, 야간 시야 확보 등이 있다.

애널리스트 안드레아 켄달-테일러와 데이비드 셜만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합동 군사 훈련 횟수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고, 성격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두 나라가 기술협력을 통해 미국보다 더 빠르게 혁신하게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토마스 그라함과 로버트 레그볼드는 올 초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기술·군사·외교적으로 협력을 강화함에 따라 동아시아와 중앙 유라시아에서 두 나라의 무게는 홀로일 때보다 더 도전적"이라고 평가했다.

 

◇미·러 정상회담 목적 중 하나: 이에 미국의 외교 정책 초점은 중국의 부상 견제에 맞춰져 있으면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쪼개놓는 게 미 고위 전략가들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중러 관계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중러 관계 동향을 꼼꼼히 보고받고 정보기관에 더 많은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중러 관계를 특별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 정부 내에는 중러 관계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는 중국이 자국의 군사 기술을 훔쳤다고 비난해왔고, 러시아산 무기가 대량으로 공급되는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도 언제든 중러 관계의 긴장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 주변 국가들로 경제 영토를 넓히고 있는 점도 우려 요소다. 상당 부분이 옛 소련 영토로 러시아는 오랫동안 이 지역을 자국의 영토로 간주해왔다.

중국이 부상할수록 러시아가 일종의 자격지심을 느낄 수도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러시아는 중국의 10대 교역국에도 들지 못한다.

푸틴 대통령 역시 중국 앞에서 러시아가 직면한 힘의 불균형을 잘 알고 있으리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심지어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에 병력을 증강하는 등 연일 미국을 자극하는 이유는 중국만 주시하는 미국의 시선을 돌려 러시아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피력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다만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분열을 이용하려는 시도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나라와 미국의 관계는 이미 충분히 위태롭고, 중러 관계 문제는 미국에 빨리 해결될 수 없는 일종의 딜레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단기적으로는 러시아가 발산하는 즉각적인 수준의 우려를 직면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장기적인 도전"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거쳐 벨기에를 방문 중인 가운데, 이날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함께한 뒤 스위스 제네바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것으로 유럽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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