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유학생→5000억원 잭팟…'스타 창업가' 90년생이 왔다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5000억원에 매각…31살 이승윤 대표 잭팟

英 옥스퍼드대 토론클럽 첫 한인회장 출신…미디어 스타트업 '바이라인' 창업도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운영하는 래디쉬미디어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5000억원에 매각됐다.

래디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신 이승윤 대표(31)가 지난 2016년 출시한 웹소설 플랫폼으로, 이 대표는 회사 설립 5년 만에 초대형 인수합병(M&A) 신화를 쓰게 됐다.

◇韓 창업자가 세운 美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카카오엔터에 인수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5000억원에 래디쉬미디어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카카오가 지난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1조8700억원)를 인수한 데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의 투자다.

래디쉬는 모바일 기반 웹소설 플랫폼이다. 래디쉬미디어는 국내 웹툰·웹소설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미리보기형 소액결제'(기다리면 무료지만 돈을 내면 다음 화를 미리 볼 수 있는 모델) 시스템을 일찌감치 플랫폼에 도입했다.

래디쉬는 서비스 초기, 신인 작가 유치와 공정한 수익 배분을 위해 유료 콘텐츠 판매수익을 5대5로 나눠주는 정책을 펼치며 입소문을 탔다. 2018년부터는 '소설'이라는 전통 출판영역에 '할리우드식 집단 창작 방식'과 게임업계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결합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현재 래디쉬 매출의 90%는 자체 제작 콘텐츠 '래디쉬 오리지널'에서 나오는데, 래디쉬 오리지널은 래디쉬 소속 작가들의 공동 집필방식으로 운영된다. 회사는 콘텐츠를 시장에 선보이고, 이용자 반응이 폭발적인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공급한다. 일 3편~5편까지 내놓는 식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래디쉬 오리지널은 약 50편으로, 대표 지식재산권(IP)으로는 누적 조회수 1억회, 누적 매출 65억원을 돌파한 판타지 로맨스 '톤 비트윈 알파스'(Torn Between Alphas)가 있다.

◇英 옥스퍼드 출신 이승윤 대표, 31세에 5000억원대 엑시트 '잭팟'

이번 인수로 31세 창업자 이승윤 대표는 5000억원대 '잭팟'을 터트리게 됐다. 20대 후반~30대 초반 한국인 창업자 중 수천억원대 투자금 회수(엑시트) 성과를 낸 건, 지난 2011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리빙소셜이 3000억원에 인수) 이후 이례적이다.

1990년생인 이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 철학,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옥스퍼드대학 토론클럽 '옥스퍼드유니언' 회장으로 선출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집중조명)를 받았다. 한인으로는 최초, 아시아인으로는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 이후 두 번째였다.

옥스퍼드 유니언은 1823년 설립된 유서 깊은 토론 클럽으로, 이 자치기구의 회장직은 보리스 존슨 현 영국 총리를 비롯해 글래드스턴 전 영국 총리 등 해외 정상들이 거쳐간 자리다.

이 대표는 회장 재직 중, '강남스타일'로 이름을 날리던 가수 싸이를 옥스퍼드 대학 공개 강연에 초청하며 또 한번 대중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학생들에게 말춤을 가르치는 가수 싸이. 싸이의 왼쪽에 서 있는 인물이 이승윤 래디쉬미디어 대표. © AFP=News1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글로벌 금융기업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창업자의 길을 걷게 된다. '미디어 혁신'과 '민주화'에 관심이 많다고 밝혀왔던 그는 2014년, 전(前)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자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더부스'를 공동 창업한 다니엘 튜더와 미디어 스타트업 '바이라인'(Byline)을 창업한다.

바이라인은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해 개인화된 신문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이재웅 전 타다 대표와 '집 없는 억만장자'(집을 소유하지 않고 호텔에서 생활해 붙여진 별명)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다.

당시 바이라인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인터내셔널'의 전화 도청사건을 기사로 다뤘는데 이 사건의 주요 인물이었던 영국 언론인 리베카 브룩스 측이 '기사 삭제' 압박을 가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언론 스타트업의 '스케일업'(확장성)에 한계를 느낀 이 대표는 '저널리즘'에서 '웹소설'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그는 동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의 모바일 확산속도가 거센 점에 주목했다. 당시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모바일 웹소설 플랫폼 이용률이 증가했는데, 이 플랫폼에선 독자와 작가가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대표는 이러한 현상이 글로벌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넷플릭스'(영상)와 '스포티파이'(음악)가 독창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출판 시장에서도 유사한 태동이 나타났다. 2015년 12월 래디쉬미디어 미국 법인을 설립한 그는 이듬해 2월 '래디쉬'를 선보인다.

'웹소설계 넷플릭스'로 불리며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한 래디쉬는 국내·외 자본으로부터 총 8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다. 주요 투자사로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전 카카오페이지), 그레이록파트너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이용화면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IP의 힘'…래디쉬미디어 인수戰에 유명 VC·테크기업 '눈독'

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래디쉬 인수전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소프트뱅크벤처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네이버, 바이트댄스(틱톡 운영사), 스포티파이 등이 참전했다. 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트댄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래디쉬미디어 측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보다 높은 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래디쉬가 높은 몸값을 인정받게 된 건 IP가 가진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 때문이다. 소설, 웹툰 등 1차 저작물은 영상·게임·공연 등 다양한 2차 저작물을 만드는 뼈대가 된다. 최근 몇 년 새 '이태원클라쓰' '스위트홈' 등 웹툰이 영상 콘텐츠로 흥행하면서 콘텐츠 업계에선 '웹소설→웹툰→드라마가 흥행공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래디쉬미디어는 카카오와의 콘텐츠 IP 비즈니스와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 최종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손을 잡았다. 이번 인수로 카카오는 네이버와 웹소설 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6억달러(약 653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승윤 래디쉬미디어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자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선도해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며 "래디쉬가 자체 제작해온 오리지널 IP들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전 분야에 걸쳐 밸류체인을 갖고 있는 카카오엔테인먼트와의 협업으로 더욱 큰 팬덤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슈퍼 IP들을 공급받아 북미 스토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수에 따라 이승윤 대표는 래디쉬 대표를 역임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전략담당(GSO) 직을 맡게 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래디쉬미디어의 독자적인 경영체제를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