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헤어질 결심' 후보 불발…오스카, 韓 영화 무시했다"

"오스카, 韓영화 이룩해온 발전 또다시 무시" 강력 비판

봉준호 "오스카는 로컬" 과거 발언 주목하며 한계 지적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영화 전문지 콜라이더(COLLIDER)는 발전을 이룩해온 한국 영화를 터무니없이 무시한 처사라며 맹비난했다.

26일 콜라이더엔 '영화 '헤어질 결심' 후보 불발로 오스카는 한국 영화를 또다시 무시했다'는 제목의 비판 글이 게재됐다. 이틀 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명단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들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 입장이 실린 것이다.

'헤어질 결심'이 예비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국제장편영화 부문 최종 후보에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독일),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EO'(폴란드), '더 콰이어트 걸'(아일랜드) 5편이 선정됐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성사될 뻔했던 한국 영화의 도전은 또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영화 '기생충'은 2020년 92회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작품, 감독, 각본, 국제영화상을 받으며 4관왕을 달성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앞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2019년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에 들었지만, 최종 후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베벌리 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 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레드카펫 행사서 라이언 존슨 감독과 인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20년 간의 한국 영화 발전사 훑으며 오스카 한계 지적

콜라이더는 지난 20년 간 한국 영화가 여러 장르에 도전하며 다채로운 영화들을 만들어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발전을 이룩해왔지만 오스카가 '헤어질 결심'을 최종 후보에서 탈락시키며, 또다시 한국 영화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아카데미가 21세기의 가장 창의적이고 흥미진진한, 영화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콜라이더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과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 여러 장르와 내용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영화를 열거하면서 지난 20년 간 한국 영화가 발전해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헤어질 결심'이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한국 영화를 무시한 것이라고 거듭 지적헀다. 

또 매체는 봉준호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국제적인 영화제가 아니라 로컬 시상식"이라 했던 과거 발언에도 주목하며, 오스카의 한계에 대해 꼬집었다.

영화감독 박찬욱과(왼쪽부터) 배우 탕웨이・박해일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매체 대상으로 열린 경쟁부문 진출작 영화 ’헤어질 결심'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2.05.24/뉴스1 © News1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 봉준호 "오스카, 로컬 영화제" 과거 발언 조명하며 거듭 비판

영화 기생충으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던 봉 감독은 당시 영화의 북미 개봉을 앞두고 가진 현지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영화가 비약적인 발전에도 지금까지 오스카(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로컬(지역) 영화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카데미상이 칸국제영화제나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처럼 국제영화제가 아닌, 미국영화와 미국영화인을 위한 로컬(지역)영화제라고 하며 오스카를 향한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며, 당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클라이더는 이번 '헤어질 결심'의 오스카상 최종 후보 불발이 봉 감독의 발언처럼 한계를 다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전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인정을 받아왔지만, 오스카상과는 유독 연이 없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가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한국영화 대표로 선정된 적은 '헤어질 결심'이 처음이었기에 기대가 더욱 컸다.

'올드보이'는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밀려, '박쥐'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 밀려, '아가씨'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에 밀려 한국 대표로 선정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2016년 영화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박찬욱 감독이 내놓은 영화 '헤어질 결심'은 한 중년 남성이 산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과 죽은 남자의 아내 '서래'의 로맨스를 깊이 있게 다뤄낸 영화다. 

배우 박해일이 해준을, 탕웨이가 서래를 연기했으며 영화는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주요 외신들 역시 이번 헤어질 결심의 최종 후보 불발을 두고 비판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AP 통신은 "올해 가장 큰 놀라움 중의 하나는 호평을 받은 박 감독의 로맨틱 누아르 '헤어질 결심'이 (후보에서) 배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IT·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매셔블은 "칸영화제 선두주자였던 '헤어질 결심'을 무시하기로 한 아카데미의 결심은 절대적인 범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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