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명단 1015명 이름 틀리고, 500명 누락"

6·25 역사학자 할 바커 형제 인용해 보도…6·25와 무관한 245명 전사자 등재


지난해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 내에 세워진 '추모의 벽'에 500여명의 이름이 누락되고, 1000여명의 이름의 철자가 잘못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6·25전쟁 연구자인 역사학자 할 바커 형제를 인용해 추모의 벽에 새겨진 참전용사 이름에 1015개의 철자 오류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약 500명의 전사자가 명단에서 누락됐고, 6·25 전쟁과 무관한 245명의 이름이 잘못 새겨져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한국전 추모의 벽은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 설립된 기념물로, 한국전쟁 전사자 4만3748명(미군 3만6574명·카투사 717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NYT에 따르면,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분대를 집결시키다 사망한 '프레드릭 볼드 이글 베어(Bald Eagle Bear)' 육군 상병의 이름은 '이글 B F 볼드(Eagle B F Bald)'로 새겨졌다.

다른 조종사를 구하려다 격추돼 포로로 잡혀 사망한 헬리콥터 조종사 존 켈슈(John Koelsch) 중위의 이름도 잘못 새겨져 있다.  

또한 야간 임무 중 추락한 폭격기 조종사 왈더 맥코드(Walder McCord) 중위의 이름은 누락됐다. 당시 폭격기에 탑승했던 9명의 장병들이 사망했지만, 추모의 벽에는 3명만이 등재돼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경우 미 해군 비행기와 공군 비행기가 일본 근해에서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지만, 해군 조종사의 이름만 추모의 벽에 새겨졌다.  

이와 함께 하와이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군인, 부동액을 술로 착각해 마셔 사망한 또 다른 군인, 6·25전쟁 이후 60년을 더 살면서 8명의 손주를 본 뒤 사망한 해병대원도 한국전 전사자가 아닌데도 추모의 벽에 새겨진 경우도 있었다.

바커 형제는 "오래된 부기 오류와 오타로 가득차 있다"고 지적했다.

추모의 벽에 새겨진 명단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과 미국 국방부의 책임으로 작성됐다. NYT는 "아무도 전사자 명단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바커 형제는 미국 국방부가 보유한 6·25 전사자 명단 자체에 오류가 많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1950년대에 종이에 구멍을 뚫어 정보를 저장하는 IBM의 '천공 카드 컴퓨터'로 전사자 명단을 관리하다 보니 입력할 수 있는 정보의 수가 제한된 천공 카드의 특성상 '볼드 이글 베어' 상병처럼 이름이 길거나 복잡한 경우는 이름의 일부만 입력되거나 잘못 입력됐다는 게 바커 형제의 설명이다.

이후 국방부는 천공 카드로 기록한 명단을 디지털 파일로 전환했지만, 처음부터 잘못 입력된 명단은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친이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6·25 참전용사인 바커 형제들은 아버지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는 참전용사들을 찾아 역사를 수집했고, 자신들의 발견을 공유하기 위해 1995년 웹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전사자 명단을 만들기 위해 인사파일과 묘비 등을 직접 대조했으며, 수년이 걸린 작업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정확한 명단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못한 실수로 인해 아마도 이를 해결하는 데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돈, 정밀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모의 벽' 건립은 미국내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한국전 기념비에 전사자 이름이 없어 유족들이 참전용사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 2016년 미 의회가 건립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한국 국회에서도 건립지원 촉구 결의를 채택했고, 추모재단 모금과 한국 정부 예산 지원 등이 이뤄졌다.

추모의 벽은 '2420만 달러(약 300억원) 규모의 '추모의 벽' 건립 예산은 한국 정부가 2360만 달러(약 292억5000만원)를 부담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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