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필-이성수] 제야(除夜)의 종소리와 함께 밝은 새해

이성수 수필가(서북미문인협회 회원)

 

제야(除夜)의 종소리와 함께 밝은 새해


세월은 참으로 빨라 제야(除夜)의 종소리와 함께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아왔다. 새해는 토끼의 해다. 토끼는 보통 흰색이 많은데 올해는 검은 토끼(黑兎)띠의 해이다.

제야의 종(除夜-鍾)은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에서 설날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울리는 종 또는 그 종소리를 가리키지만 우리나라는 음력 섣달이 아닌 양력 12월 31일 밤 12시를 기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보신각종을 33번 치는 것으로 제야의 종을 대신하고 있다. 원래는 절에서 아침 저녁으로 종을 108번 울렸는데 이것은 불교에서 인간의 모든 번뇌를 제거하는 의미로 삼았고, 1년 12달, 24절기, 72기후(氣候)를 합하면 108번이 된다.

우리 조상들은 제야의 밤이면 온 집안에 불을 환하게 켜놓고 잠을 자지 않으며 한 해를 되돌아보고 1년간 거래(去來)의 청산(淸算)을 이날 끝내야 했기 때문에 외상이나 빚을 받기 위해 밤늦도록 찾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린 자정(子正)을 넘기면 정월 보름까지 빚독촉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한국 보신각에서 치는 제야의 종소리를 중계를 통해 들었다.

서울 종로에 있는 보신각의 종은 조선시대에 줄곧 서울 장안에서 타종하던 종이다. 그러다 국민의 성금으로 모아 새로 주조된 종(鐘)이 보신각에 걸렸고, 1985년 8월 15일 광복절에 처음 타종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수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침부터 보신각으로 몰려들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할로윈을 앞두고 안타까운 압사 인명 참사가 발생한 뒤라 행안부의 인원제한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못하고 주위 길에서 행사를 같이 했다. 저녁이 되자 유명 가수들의 노래, 어린이 합창단,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노래, 청소년들의 발랄한 춤, 추운데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들의 율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보신각 타종식이 진행되었다.

드디어 11시 59분이 되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참석자 모두 큰 소리로 10에서 거꾸로 0을 외쳤다. 0이 끝나자 박수와 환호성이 보신각이 떠나갈 듯이 울려 퍼졌다. 

한편 그와 동시에 보신각 종소리는 11초 간격으로 타종되어 온누리에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종은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의장, 서울시 교육감, 서울경찰청장, 종로구청장 들이 33번을 타종하였다. 그 외에 국민에게 희망을 주거나 국위를 선양한 인물, 나눔을 실천하거나 역경을 극복한 인물, 용감한 시민 등 사회 각계에서 2022년을 빛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민들로부터 공개 추천을 받아 선정한 분들이 참석했다. 그 중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축구선수의 모습도 보였다.

타종이 끝났다. 제야의 종소리가 끝나자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서울시민 여러분! 묵은해의 온갖 나쁜 것들을 훨훨 털어 버리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고 더욱 건강하며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라는 덕담의 인사가 있었다.

종을 33번 치는 것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편안을 기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구름 같이 모인 수많은 시민들은 새해를 맞아 벅찬 감격으로 저마다 새해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다.

우리 S교회는 1년에 한번 12월 31일이면 송구(送舊)영신(迎新)예배를 드린다. 담임 목사님이“우리는 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려 합니다. 2023년 새해도 하해와 같은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에게 임하기를 소원합니다”라는 설교 말씀을 듣는 중에 어느덧 시계는 11시 59분을 가리켰다. 2022년도 묵은해가 과거 속으로 사라지려는 순간이다.

커다란 검은 호랑이가 등에 ‘2022년 임인년’이란 백 넘버를 달고 나오고, 2023년 검은 토끼가 ‘계묘년’이란 글씨를 달고 등장하여 토끼와 만나서 악수를 한다. 호랑이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1년간에 있었던 교회의 일들을 동영상으로 조명하기 시작한다. 순진한 유치부 어린이의 귀여운 재롱에서부터 청년부, 노인 어른들의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순간 어디선가 석별의 정(Auld Lang Syne)멜로디가 은은히 들려온다.

“…작별이란 웬말이냐 떠나야만 하나…”

호랑이는 토끼와 악수를 마치고는 과거 속으로 손을 흔들며 영원히 사라진다. 그 순간 드디어 스크린에 대형시계가 보이고 초침이 찰칵 찰칵 움직인다. 엄숙한 순간이다. 실내조명이 꺼지고 미리 나누어준 형광 막대를 모두 흔들었다.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0, 9, 8,.......3, 2, 1에 이어 0이 나타났다.

그때였다. 신나는 트럼펫의 팡파르가 크게 울려 퍼지면서 스크린에는 검은 토끼가 신나게 달리고 이어 ‘Happy New Year’란 글씨가 춤을 추며 요동을 친다.

성도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흥분하여 박수를 쳤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피 뉴 이어”

옆 성도와 서로 껴안으며 인사한다. 이런 인사는 1년에 송구영신예배 때 한번 뿐이라 더욱 감격스러웠다.

새해 인사가 끝나고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어둡던 이 땅이 밝아 오네/…란 찬송을 불렀다. 노래가 끝난 후 2023년 새해에는 우리나라와 우리교회에 좋은 일만 있게 해달라고 통성으로 기도했다. 기도 소리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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