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시-지소영] 좋아서 좋은 날, 토끼의 날

지소영 시인(서북미문인협회 회원)

 

좋아서 좋은 날, 토끼의 날


환히 창을 타는 햇살에 꾸벅 눈길 숙이니

새들은 은빛 날개 푸드득 연주를 한다

그냥 좋아서 좋은 날이다

거울에 나 아닌 또 하나의

야윈 미소에 톡톡 분을 바르며

늘인 걸음으로 문을 여니

호흡 낮춘 바람 부드럽게 감긴다

좋아서 정말 좋은 날이다


이웃 언니 빨간 운전대 저으며

손 흔들어주니

주절주절 떨어진 상수리잎들 함께 일어나고

숲도 계곡도 들판도

부지런히 지난 한해를 갈퀴질 한다 


우체통에 쌓인 손글씨

더러는 낮익고 비뚤비뚤 서툰 획들

하나 둘 마음으로 들이며

조용히 불러오는 이름 이름

주머니엔 따뜻한 인연들이

혈맥을 둥둥거리고 있다


소리없는 설렘,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전부인것처럼

지금 만큼이면 족하다

이름 불러 주니 검은 귀 쫑긋 토끼도

오물오물 나를 모방한다

그냥 이대로가 참 좋을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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