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고립돼 차 안서 숨진 20대 딸…가족 단톡방엔 "무섭다"[영상]

미국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를 강타한 폭설로 20대 간호사가 차에 갇혀 숨진 가운데, 그가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영상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NBC 방송과 뉴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앤델 테일러(22)는 지난 23일 병원 교대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날 테일러는 차를 운전해 귀가하는 과정에서 폭설로 고립됐고, 911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극심한 악천후로 구조대가 현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당시 테일러는 가족 채팅방에 "무섭다"면서 계속 거세지는 눈보라와 눈이 쌓이는 영상을 찍어 보냈다. 또 창문을 내려 눈이 차량 높이만큼 쌓여 있는 모습도 보여줬다.

몇 시간 동안 차에 갇혀 있던 테일러는 가족들에게 "구조대를 기다리는 동안 잠도 좀 자고, 구조대가 오지 않으면 걸어서 탈출할 계획"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이 문자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가 됐다.

테일러의 어머니(54)는 다음 날 아침이 되도록 딸이 전화를 받지 않자, 버펄로 지역에 사는 다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가족 중 한 명이 테일러의 차를 발견했지만, 아무도 그가 차 안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결국 테일러는 고립된 지 약 24시간 만에 1.3m의 눈 덮인 도로 위에 세워진 차 안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테일러의 사인이 저체온증인지 일산화탄소 중독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가족들은 테일러가 차 안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엔진을 작동시킨 채로 자다가, 배기구가 눈에 막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믿고 있다.

테일러가 가족들에게 보낸 마지막 영상. (트위터 갈무리)


어머니는 "딸은 편안하게 잠든 것처럼 팔짱을 끼고 계기판에 발을 올린 채 누워있었다. 평화롭게 떠났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 늦게까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내 딸은 고드름이었다"면서 시신이 24시간 동안 추가로 방치됐다고 분노했다.

또 어머니는 폭설의 심각성을 감안하더라도, 어떻게 제때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뉴욕주 버펄로는 큰 도시다.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왜 아무도 준비하지 않았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테일러가 23번째 생일을 약 2주 정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뉴욕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2세 때 모친과 언니 3명 등 가족과 함께 샬럿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자랐다. 그러나 투석 치료를 받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약 2년 전 뉴욕주 버펄로로 이사 왔다.

이에 현재 가족들은 테일러의 시신을 샬럿으로 옮기기 위해 시도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이와 관련 온라인 모금이 진행됐고, 목표액인 1만2000달러(약 1600만원)를 훨씬 넘는 2만 달러(약 2600만원)가 모였다고 한다.

가족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샬럿에 모였지만, 테일러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리가 됐다고. 가족이 테일러를 위해 준비했던 선물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포장된 그대로 놓여 있다는 소식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한편 이에 대해 바이런 브라운 버펄로 시장은 "눈보라로 온통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어서 긴급구조요청 대응이 더욱 어려웠고 더욱 복잡했다"고 해명했다.

재키 브레이 뉴욕주 국토안전 및 긴급대응서비스 청장은 "긴급구조팀은 자신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뼈에 박혀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여건이 너무나 나빴기 때문에 눈 폭풍이 심할 때 출동한 구조팀들 중 3분의 2는 (오히려) 자신들이 (고립돼) 구조 대상이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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