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배종덕 목사] 하나님처럼
- 22-12-05
배종덕 목사(벨뷰 한인장로교회 담임)
하나님처럼
골로새서 1:15-17
제2차 세계대전이 최악으로 치닫던 때, 하늘 가득히 1,500대의 독일 공군 폭격기가 57일간 런던을 공습했습니다. 독일 폭격기에 비교하면 한낱 모기처럼 보이는 전투기로 영국 공군 조종사들은 창공으로 솟아올랐습니다.
절반 이상이 격추를 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공군 조종사들 덕에 히틀러는 결국 런던 공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이에 대해 ‘인류 역사상 이토록 다수가 이토록 소수에게 이토록 큰 빚을 진 적은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들은 위대한 영웅이었습니다. 그러나 심각한 화상을 입은 조종사들이 마주한 현실은 가혹했습니다. 화상으로 그들의 몸은 굳어졌고 젊고 잘생긴 얼굴은 회복 불능으로 일그러졌습니다.
전쟁에서는 영웅이었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기형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중 일부는 연인이나 아내가 새 얼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그들은 속으로 그렇게 외쳤습니다. ‘내 속은 당신들이 이전에 알던 사람과 똑같습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어요?’
화상이 장애가 되어 두껍고 투박한 갑옷 같은 피부를 남겼을 때, 일부 부상병사들의 아내는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아내는 남편의 거울을 치워 버리고, 자신이 남편의 거울이 되어 주었습니다. ‘피부만 바뀌었지 당신 안에는 더 멋진 당신이 웃고 있어요!’ 아내는 내면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어 주었습니다. 피부를 뚫고 내면을 볼 수 있는 눈은 그들의 사랑이었습니다. 그것이 견고한 다리가 되어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악어 껍데기처럼 견고하게 둘러싸고 있는 우리의 영적 장애 피부를 뚫고 들어가 ‘하나님의 형상’을 만나는 방법은 인간의 처참함을 뚫고 내려오신 하나님의 사랑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죄악으로 뒤덮인 삶의 장벽을 십자가로 뚫고 들어오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신비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며 그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루스 파우 박사는 1950년대부터 평생 파키스탄 카라치 외곽에서 한센병 진료소를 운영했습니다. 그녀의 진료소는 바닷가의 어마어마한 쓰레기 더미 옆에 있었고, 그녀의 환자들은 썩어가는 폐기물 사이를 기어다니는 100여명의 한센병 환자들이었습니다.
파우 박사는 단칸방에 살면서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예배한 뒤 환자들을 보살폈습니다. 환자들은 엉금엉금 기어서 진료소로 들어옵니다. 버림받은 몸, 버림받은 인격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날 때, 버림받은 땅에 하나님의 임재가 가득 채워집니다.
실낱 같이 힘겨운 몸, 어두운 땅에 하나님의 빛이 비칩니다. 평생에 걸쳐 파우 박사는 파키스탄 전역에 157개의 한센병 진료소를 설립했고 그녀의 노력 덕분으로 세계보건기구는 1996년 파키스탄을 한센병을 통제한 국가로 선포했습니다.
폐기물 더미 속을 기어다니는 한센병 환자들에게나 하는 질문을 우리는 간혹 우리 자신에게 던집니다. 왜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걸까? 그 고난과 고통을 겪어가면서… 여기에 몸이 말하는 복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흙에 속한자의 형상을 입은 것 같이 또한 하늘에 속한 이의 형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고전 15:49). 주님은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할 것입니다(빌 3:21). 우리 몸의 궁극적 가치는 몸 안에 두신 ‘하나님의 형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입니다(고후 5:17). 새로운 창조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산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셔서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실 때, 바울은 우리에게 일어날 일을 "영화롭게 됨(glorification)"이라고 부릅니다(로마서 8:30).
그 영광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밝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때에 의인들은 자기 아버지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날"(마태복음 13:43)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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