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잃었던 '골프 천재'의 부활…결혼 앞둔 리디아 고, 화려한 피날레

만 15세에 LPGA 첫승, 18세에 올해의 선수…이른 목표달성 후 방황

올해 3승에 올해의 선수 등 3관왕 반등…결혼 앞두고 최고의 선물

 

만 15세에 프로무대 우승. 만 17세에 커미셔너의 특별 허가로 프로 자격 획득. 지나치게 일찍 꽃을 피운 '골프 천재'의 재능은 의욕을 잃게 하는 장벽이기도 했다.

때문에 긴 방황이 있었으나, 그래도 리디아 고(25·뉴질랜드)의 천부적인 재능만큼은 결코 시들지 않았다. 멘털을 재정비하며 다시금 비상하기 시작한 리디아 고는 올 시즌 3승에 각종 타이틀을 '싹쓸이'하며 결혼을 앞두고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리디아 고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 클럽 골드코스(파72·655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15년 이후 7년만에 올해의 선수상에 올랐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기록했다. 아울러 여자 골프 우승 상금으론 역대 최고액인 200만달러(약 26억8000만원)을 거머쥐며 시즌 상금 436만4403달러(약 58억6000만원)로 2015년 이후 7년만에 상금왕에 올랐다. 

리디아 고는 어렸을 때부터 빼어난 골프 실력으로 많은 이목을 끌었다.

그는 2012년 1월 만 14세 9개월의 나이로 호주여자골프투어(ALPG) 뉴사우스웨일스 오픈에서 사상 최연소 프로 우승 기록을 세운 데 이어 같은해 8월엔 만 15세4개월의 나이로 LPGA투어 캐나다 여자 오픈에서 우승했다. 이듬해인 2013년 같은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기도 했다.

2014년 LPGA투어는 만 17세던 리디아 고에게 나이 제한(18세)을 적용하지 않고 입회를 허락했다. 당시 커미셔너였던 마이클 완의 특별 허가로 가능한 일이었다.

2015년 만 18세의 나이로 LPGA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던 리디아 고. © AFP=뉴스1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리디아 고는 승승장구했다. 2014년 시즌 최종전을 포함해 3승을 기록하며 신인상에 올랐고, 이듬해인 2015년엔 5승을 쓸어담으며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다. 이때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만 18세4개월20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이 되기도 했다.

그는 2016년에도 4승을 기록했고 그 해 여름에 열린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했다.

LPGA 14승에 메이저 최연소 챔피언, 올림픽 은메달까지. 모두 만 20세가 채 되기전에 이룬 업적이었다. 리디아 고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같은 '전설의 골퍼'가 될 것은 자명해보였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스무살이 되던 2017년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안정적이던 샷이 흔들리며 부진한 성적이 이어졌고 여러 차례 스윙 코치를 바꾸기도 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성적은 반등하지 못했고 2018년 메디힐 챔피언십, 2021년 롯데 챔피언십까지 2017년 이후 5년간 2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의욕을 상실한 것이 이유였다. 이른 나이에 재능을 꽃피우며 원하던 바를 모두 이뤘기에 더 이상의 '목표 의식'이 없어진 것이었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리디아 고는 멘털 트레이닝 등을 통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고, 올해 다시 한 번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들쭉날쭉하던 샷을 가다듬으면서 6월 이후 안정적인 성적을 냈고 10월엔 고국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활짝 웃었다. 탄력을 받은 그는 시즌 최종전까지 거머쥐며 올 시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덕에, 오랜 방황에도 통산 기록은 빼어나다. 올 시즌의 반등으로 다시금 '전설'의 길을 갈 수 있는 이정표가 만들어진 셈이다.

지난달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리디아 고. /뉴스1 DB © News1 황기선 기자


리디아 고는 올 시즌 436만4403달러의 상금을 추가, 통산 상금에서 1669만5357달러(224억2000만원)를 기록하며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따돌리고 전체 5위에 오르게 됐다. 리디아 고보다 많은 통산 상금을 기록한 이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2258만달러)을 비롯해 캐리 웹(호주), 크리스티 커(미국), 박인비 등 4명 뿐이다.

앞으로 LPGA의 상금 규모가 더욱 커지는데다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웹, 커, 박인비 모두 30~40대의 '베테랑'인 점을 감안하면 통산 상금 기록은 리디아 고가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LPGA 통산 19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20승에 1승 만을 남겨놓게 됐다. LPGA에서 20승 이상을 기록한 이는 현재까지 28명이며 이 중 현역은 박인비(21승)와 커(20승) 뿐이다.

LPGA 명예의 전당에도 성큼 다가서게 됐다. 올 시즌 3승에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 수상으로 5점을 추가한 리디아 고는 명예의 전당 누적 포인트 25점을 기록하게 됐다. 앞으로 2점만 추가하면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갖추게 된다. 아직 만 25세에 불과하기에 역대 최연소 입성인 박인비(만 27세10개월28일)의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매우 높다.

리디아 고는 최근 결혼 소식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다음달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인 정준씨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완벽한 부활에 성공하며 결혼식을 앞두고 기쁨은 더욱 커졌다. 리디아 고도 이날 우승 후 방송 인터뷰에서 "싱글 레이디로 차지한 마지막 우승"이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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