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한국계 미군장교, 우크라 남부서 격전 중 전사

생일 이틀 앞 지난달 5일 미콜라이우주 마을서 러군 포격에 숨져

4일 고향 미국 텍사스주에서 장례식 치르고 인근 국립묘지 안치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한국계 미국인 육군 장교 폴 리 킴(34)이 한 달 전 러시아에 빼앗긴 남부 미콜라이우 해방 작전을 수행하다 전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CSCIS)에 따르면 킴 대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 외국인 의용병 부대인 국토방위군 국제여단에 합류했다. 킴 대위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침략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멀리 떨어져서 있을 수만은 없다며 참전을 결심했다고 한다. 생전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저지하지 않으면 결국 서방이 러시아와 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 전선에서 활동하던 킴 대위는 지난달 5일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미콜라이우주 테르노비포디 마을에서 러시아군과 격전을 벌이다 35번째 생일을 이틀 앞두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전투에는 T-90M 전차를 포함한 포병, 장갑차 등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CSCIS는 "당시 테르노비포디 근처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며 "우리 전사들은 12명의 러시아인 포로를 잡았고 성난 침략자들은 대규모 포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순간 동료 전사들은 미군과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이 적의 포화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시신은 수도 키이우를 거쳐 가족이 있는 고향 미국 텍사스주로 옮겨졌다. 4일 오전 1130분 현지 교회에서 장례를 치르고 같은날 오후 2시경 댈러스 포트워스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전쟁에서 그는 '킬로'(Kilo)라는 콜사인(작전 수행 별칭)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킴 대위는 1987년 10월7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2006년 텍사스 얼리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 육군에 입대해 12년간 군 복무를 마쳤다. 복무 기간 2007년 6월부터 1년간 이라크에 파병됐고 2013년부터 2년여간 미 제82공수사단에서 근무했다.

2017년 대위로 제대한 그는 오클라호마대를 졸업하고 미 육군 특수부대 교육과정인 레인저스쿨과 미 공군학교에서 석사를 마쳤다. 2019년부터 텍사스 알링턴대에서 ROTC 후보생들에게 군사학을 가르쳤다. 글로벌 부고사이트 레거시닷컴에 따르면 생전 그는 여행, 역사, 문화 등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열정적이었으며 사심이 없고 항상 자신보다 남을 우선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SCIS는 킴 대위의 부고를 전하며 "우크라이나는 방위군들을 자랑스러워하며 심장의 부름으로 러시아 침략에 맞서 싸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 모든 군인에게 무한히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이곳에서 피를 흘림으로써 그들은 우리의 자유뿐 아니라 그들 나라의 미래도 보호한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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