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건강정보] 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안개 낀듯 침침한 증상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 인구의 약 3~4%가 가진 질환 '녹내장'은 말기에 이르러서야 증상을 알아채 실명의 위험이 크다. 이처럼 조기 진단이 중요한 녹내장의 치료와 관리법 등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이은지 교수와 알아보도록 한다.

◇ '소리 없는 시력도둑' 녹내장…침침한 느낌, 단순 노안 아니다
녹내장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시야결손(시야에 부분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시야결손이 점점 커져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안구 내에는 눈의 모양을 유지하고 대사를 담당하는 '방수'라는 물의 흐름이 있다. 이 방수가 정상적으로 흘러나가지 못하면 안구 내에 축적돼 안압이 높아지고, 높아진 안압에 의해 시신경 손상이 유발될 수 있는데 이를 '고안압녹내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압이 높지 않고 정상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안압의 하루 중 변동폭이 크거나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는 경우 또는 시신경 구조 약화 등의 원인으로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정상안압녹내장'이다.

녹내장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하는 질환이지만, 급성녹내장은 방수의 순환 경로에 문제가 생겨 안압이 올라가는 질환이다. 갑자기 안압이 상승하면서 심한 두통과 안구 통증, 심지어 구토를 동반할 수 있고 단기간에 시신경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녹내장과 구별된다.

그 밖에 당뇨병성 망막증이나 망막혈관폐쇄증이 있는 경우,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한 경우에도 이차적으로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녹내장은 진행속도가 워낙 느리고, 시야의 결손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급성 녹내장의 경우를 제외하면 환자들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시야협착, 뿌옇게 보이는 등의 불편함이 생긴 경우는 이미 말기 녹내장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더 이상의 진행을 막기 위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안압이 오르는 속도, 기전에 따라 급성·만성, 개방각·폐쇄각 녹내장으로 나뉜다. 아래의 내용들은 가장 흔한 형태의 녹내장인 '만성개방각녹내장'에 대한 것이다. 

◇ "안갯속에서 살아가는 듯"…국내 환자 75%, 초기 증상 없어 조기진단 놓쳐

대부분의 질병은 그 증상이 시작될 때 해당 질환을 의심하고 필요한 검사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녹내장은 서서히 진행되므로 많은 환자에서 처음에는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을 비교적 일찍 느끼는 환자에게서도 '침침하다' 또는 '시력이 떨어진다'와 같은 비특이적 불편함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노안 또는 노인성백내장으로 판단하고 증상을 간과해 진단을 놓치기 쉽다. 

특히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75% 이상은 안압이 정상범위에 있는 '정상안압녹내장' 환자인데, 초기에 증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안압이 정상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더더욱 놓치기가 쉽다. 

녹내장 초기에는 주변 시야에 암점이 생기며, 그에 따라 주변에 있는 물체들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지만 증상을 느끼기가 어렵다.

병이 점차 진행돼 암점의 범위가 넓어지고 중심 시야 근처가 침범되면 비로소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때는 이미 중기 이상의 녹내장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시야손상이 점점 악화해 말기에 이르게 되면 터널 속에서 밖을 보듯 주변 시야가 좁아져 중심부만 보이게 된다. 이 경우 길을 걷다 자주 부딪히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넘어지는 일이 많거나 조그만 물건을 찾는데 오래 걸리게 된다. 여기서 더 진행하면 시력이 떨어지고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된다.

말기녹내장 환자들은 "안갯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 손상된 시신경 회복 안돼40세 넘으면 정기적 검사받아야

녹내장은 완치할 방법이 없고, 질병의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의 치료다.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그만큼 오랫동안 초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따라서 발견 당시 병이 진행된 정도가 중요하다.

만성개방각녹내장, 특히 정상안압녹내장의 경우 말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가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안과에 방문해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녹내장에 걸릴 가능성이 많으므로, 40세 이상이 되면 녹내장이 없더라도 1~2년 간격으로 건강검진을 통해서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장한다.

아울러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나 고·저혈압이 있는 경우, 근시나 원시가 심한 경우 등과 같이 녹내장에 걸릴 가능성이 많은 경우에는 40세 미만이라도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 녹내장은 불치병, 평생 관리해야…안압 낮추는 데 '집중'

녹내장을 예방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고 일단 발생하면 완치할 수 있는 병도 아니지만, 조기에 발견해 잘 조절하면 실명으로 진행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을 늦추기 위해서는 적정 안압으로 안압을 내려줘야 한다. 주로 안압을 낮추는 안약으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레이저 또는 수술적 방법을 이용해 안압을 낮추기도 한다.

녹내장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므로, 약물치료는 규칙적으로 지속해야 효과적이며 증상이 없다고 해서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나빠질 수 있다. 

약물치료가 가장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약물치료로 안압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점안약 사용이 어려운 경우, 또는 안압이 성공적으로 감소됐으나 녹내장이 악화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녹내장 수술 또한 안압을 낮추기 위한 치료이므로, 녹내장을 완치시키는 것은 아니며 수술 후에도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수술 후 안압이 다시 오르는 경우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한 눈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간혹 수술 후 영구적으로 시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는 특히 말기녹내장 환자에서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말기녹내장 환자에서 수술은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어려운 선택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통해서만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있고, 전 세계 수많은 녹내장 환자들이 수술을 통해 실명의 위험을 극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소침습녹내장수술이라고 불리는 덜 침습적이고 부작용도 비교적 적은 여러 수술기법이 도입돼 점차 널리 시행되고 있으며, 그 유용성과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다만 어떤 수술방법이든 녹내장을 완치시키는 것이 아니고, 수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녹내장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같은 종류의 녹내장이라 하더라도 환자에 따라 다른 경과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치료가 모든 환자에서 결코 같을 수 없으며 안과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통해 개개인의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찾아야 한다. 또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도 안압검사, 시신경검사, 시야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 치료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치료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 녹내장 관리법
1. 습관적 음주는 안압을 올리거나 시신경 혈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담배는 시신경 혈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복압이 올라가는 운동이나 머리로 피가 몰리는 자세는 안압을 올릴 수 있다.
4. 수면 시 베개에 눈이나 목정맥이 눌리지 않도록 한다.
5. 지나친 스트레스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6. 고개를 숙인 자세에서 특히 어두운 환경에서 장시간 독서 혹은 작업을 하는 경우 급성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7. 일반적으로 심혈관에 좋은 음식이 녹내장에도 좋을 수 있으나, 과학적으로 녹내장에 직접적인 효과가 입증된 음식은 없다.
8. 감기약, 스테로이드 제제,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약제, 다이어트 약제 중 일부는 급성녹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복용 전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9.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안약을 점안하고 정기검사를 놓치지 않도록 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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