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는 코인사기]"일단 올라타"…3개월새 5만% 오른 코인이 있다

코인원 상장된 도니파이낸스, 일주일에 700%·3개월 새 56500% 올라

'단타' 노린 투자자들 뛰어들었지만…운영사 매각 사실도 투자자는 몰라

 

#가상자산 투자자 A씨는 지난 9월 추석 연휴 기간에도 투자에 몰입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24시간 국경 없이 돌아가므로 명절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쉴 이유는 없었다. 그는 국내 대형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에서 비주류 코인들을 눈여겨봤다. 요즘 같은 '크립토 겨울'에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처럼 누구나 아는 주류 코인들은 상승할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그 때 코인원에서 차트가 치솟고 있는 코인이 있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도니파이낸스(DON)다. 9월 12일 기준 DON 가격은 전날 같은 시간 대비 100% 가까이 치솟고 있었다. A씨는 '올라탈' 시점이라고 생각해 빠르게 DON을 매수했다. 

이 도니파이낸스의 차트는 남달랐다. 일주일 전이었던 9월 6일만 해도 DON 가격은 7만원대였다. 일주일 새 700% 넘게 오른 것이다. 정확히 3개월 전인 6월 12일 DON 가격은 불과 900원이었다. 900원이었던 코인이 3개월 동안 무려 560배 오른 셈이다. 정확히 퍼센트로 따지면 3개월 동안 56500% 가량 올랐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수치다.

가상자산 투자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이른바 '세력', 시세조작(마켓메이킹) 팀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승세라는 것을. 도니파이낸스는 인지도가 높은 코인도 아닌데다, 3개월 동안 뚜렷한 호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켓메이킹 세력이 올라탄 코인은 상승세도, 하락세도 빠르다. DON 가격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9월 15일이 되자 내리꽂기 시작하더니 불과 열흘이 지난 9월 23일, DON 가격은 9만원대로 떨어지며 '6분의1'이 됐다. 10월 중순 현재는 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9월 12일 때와 같은 상승세를 기대하며 진입했던 A씨는 순식간에 '고점에 물린' 사람이 됐다. 이제 DON 가격은 17분의 1이 됐고,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간에는 도니파이낸스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말이 떠돈다. DON 에어드랍 이벤트를 진행했던 가상자산 커뮤니티 코박은 '프로젝트 측의 무산으로 토큰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미지급된 가상자산을 보상해주겠다는 공지를 냈는데, 그 중 DON도 포함돼 있었다. 무산 위기에 처한 프로젝트가 마켓메이킹을 통해 돌린 '한 탕'에 A씨도 당한 듯 했다. 

◇운영사 '이지팜'은 매각했는데…불투명한 공시, 투자자도 모른다

3개월 간 5만6500% 오른 코인. <뉴스1>은 도니파이낸스가 그동안 어떻게 사업을 운영해왔는지 살펴봤다. 도니파이낸스는 이오스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다. 본래 도니파이낸스의 운영사는 애그테크 기업 이지팜이다. 

이지팜은 빗썸에도 상장돼있는 식품 분야 블록체인 프로젝트 '블로서리'의 운영사이기도 하다. 도니파이낸스는 블로서리 토큰인 BLY 보유자들에게 자체 토큰 DON을 에어드랍해주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에어드랍 공지에서 이지팜 측은 도니파이낸스의 모회사가 블로서리(이지팜)이라고 직접 밝혔다. 공시 사이트 쟁글에 올라와있는 도니파이낸스의 본사 주소도 이지팜의 주소와 같다. 대내외적으로 이지팜이 운영사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지팜은 시세조작이 의심되는 9월 이전 시점인 7월에 도니파이낸스를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이지팜 관계자는 "우리가 디파이를 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디파이에 관심 있다는 쪽이 도니파이낸스를 사고 싶다고 해서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지팜은 이를 쟁글에 공시로 냈다고 했다. 해당 내용은 쟁글에 '회사 분할 결정'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있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인인 Farm & Consume LTD.가 'Donnie Limited Global'이라는 법인에 도니파이낸스를 넘겼다. Farm & Consume LTD.는 이지팜이 가상자산 발행을 위해 설립한 싱가포르 법인이다. 

문제는 일반 투자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법인으로 표기된 만큼 일반 투자자가 '이지팜의 매각'을 인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도니파이낸스를 새로 맡게 된 법인은 이름에서부터 '도니'가 포함되는 영국 법인으로, 홈페이지조차 없다. 도니파이낸스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가 사실상 불투명하게 공개된 것이다. 

게다가 쟁글에는 여전히 도니파이낸스 본사 주소가 이지팜 주소로 올라와있다. 또 쟁글에 기재된 도니파이낸스 팀 멤버에도 이지팜 대표가 여전히 고문으로 포함돼있다. 

도니파이낸스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선 "팀 멤버 프로필을 보여달라"는 요청이 올라오면, 채널 관리자가 여전히 쟁글에 기재된 프로필을 넘긴다. 이지팜 및 팀 멤버를 보고 투자를 결심한 투자자가 매각 사실을 알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이지팜은 시세 급등 현상이 매각 이후 일어났으므로 이와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지팜 관계자는 "매각 후 우연히 코인원에 가보니 가격이 엄청 뛰었더라"라며 "시세조작하는 코인이 많이 있던 것으로 안다. 물량(거래량)이 적은 것들 위주로 그렇게(시세조작) 한다"고 말했다. 

◇'가두리'를 위한 코인…'단 50만개'만 코인원에서 거래 

그러나 도니파이낸스의 수상한 사업은 이지팜의 매각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니파이낸스의 토큰 DON은 이오스트의 토큰 발행표준 IRC-20을 기반으로 발행됐다. 그런데 코인원에 상장된 토큰 DON은 이더리움의 토큰 발행표준 ERC-20을 기반으로 한다. 코인원이 이오스트 블록체인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상장을 위해 ERC 버전 DON을 발행한 것이다. 

문제는 ERC 기반 DON을 IRC 기반으로 스와프(교환)할 수는 있으나, IRC 기반 DON을 ERC 기반으로 스와프할 순 없다는 점이다. 

즉, 현재 코인원에서는 ERC 기반 DON이 사실상 '가두리 거래'로 유통되고 있다. '원조 토큰'인 IRC 기반 DON을 ERC 기반으로 바꿀 수 없으므로, 코인원에서 거래되는 DON은 총 발행량 1000만개 중 프라이빗세일로 최초 판매된 50만개뿐이다. 당연히 시세조작에 용이하다.

또 DON은 총 유통량의 99.9%가 코인원에서 거래되는 사실상 '코인원 단독상장'이다. A씨처럼 시세조작 가능성이 높은 급등세만 포착하고, 순식간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은 곧바로 희생양이 된다. 

도니파이낸스 측은 IRC 기반 DON을 ERC 기반으로 바꿀 수 있는 브릿지(다리) 솔루션을 출시하겠다고 했으나, 출시 일정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이지팜이 도니파이낸스를 매각한 데도 브릿지 출시 지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도니파이낸스 측은 "브릿지는 현재 개발 중"이라는 단순한 답변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발뿐 아니라 사업 면에서도 불투명한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도니파이낸스는 지난 5월 국내 가상자산 가격 집계 서비스 '코인라이브'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공시를 냈다. 

하지만 코인라이브 측은 <뉴스1>에 "파트너십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후 제휴를 맺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흔하디 흔한 코인 시세조작, 거래소 모니터링이 최선…입법 논의는 진행 중

시세조작이 의심되는 이 같은 사례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마켓메이킹 팀에 의뢰하거나 거래소와 사전에 협의해 단기간에 시세를 끌어올리고,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피해를 양산하는 방식이다. 

시세조작으로 인한 피해는 형사상 사기, 민사상 손해배상 등으로 규율할 가능성이 있으나 가상자산업권법이 부재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는 거래소가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시세조작 의심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 폐지하는 게 최선이다. 

코인원은 우선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코인원은 안전 거래를 저해한다는 판단이 들면 즉각 투자자 보호 조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인 점은 가상자산 시세조작과 관련한 입법적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빗썸에 상장된 아로와나토큰(ARW) 시세조작과 관련된 논의가 오간 바 있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종합감사에서도 해당 문제가 재차 다뤄질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에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14개 올라와있다. 논의를 빨리 진행하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계류된 법안 중엔 가상자산 시세조종을 자본시장법과 같이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도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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