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연결' 손정의의 못다 이룬 꿈…이재용이 이을까

ARM 인수해 IoT시대 주도하려던 손정의…자금조달 위해 매물로 내놔

이재용, AMR 토대로 IoT·AI 패권 도전하나…두 사람 20년 인연도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남을 공개하면서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기업 ARM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 또는 공동 인수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ARM의 최대주주다.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위워크 등 잇단 기업투자 실패로 천문학적 손실을 내면서 자금 조달을 위해 미래 전략의 핵심이었던 ARM을 매물로 내놨고 IPO(기업공개)도 추진하고 있다.

손 회장이 지난 2016년 ARM 인수를 결정한 건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 사물이나 기기가 연결되려면 반도체가 들어가야 하기에 반도체 설계부문에서 독보적인 ARM 기술의 활용 범위가 크게 확장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네트워크를 통한 사물·기기간 연결은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한 2016년 당시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미래 기술 트렌드를 전망할 수 있는 CES·IFA에서도 올해 주요 기업 대부분이 연결 관련 기술을 선보일 정도로 대세로 떠올랐다.

ARM은 PC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 설계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IP(지적재산) 판매 업체다. 현재 전세계 스마트폰 칩 설계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IoT AP 칩 점유율도 90%인 독보적인 반도체 설계업체다.

손 회장은 ARM 인수 당시 "앞으로 세계는 PC·모바일을 넘어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ARM은 이런 IoT 시대를 이끌 수 있는 핵심기업"이라고 단언했다.

AFP=뉴스1


ARM 인수 이후 소프트뱅크는 자사의 통신 사업을 바탕으로 ARM의 설계기술을 더해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서비스 사업을 시도했다. 반도체 산업의 변화보다는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자사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에 가까웠다. 또 IoT 시대에 ARM 기술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 라이선스 수입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인수를 추진한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ARM 인수 당시 "바둑으로 치면 30수 앞을 내다본 것"이라며 자신했던 손 회장이 ARM을 매물로 내놓자 당시 일본 언론들은 "손 회장의 평생 소원이 무너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유럽총괄 마케팅 책임자 벤자민 브라운 상무가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를 앞두고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오프닝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9.1/뉴스1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도 '초연결'과 '인공지능(AI)' 패권을 잡기 위해 ARM을 한축으로 두는 행보에 나설까. 

다만 현실적으로 삼성전자의 ARM 단독 인수는 어렵다. 당장 독과점이 걸린다. 앞서 ARM 인수를 추진했던 엔비디아도 독과점을 우려한 주요국의 반대로 실패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1위, 파운드리 2위 시장 지위를 고려할 때 독과점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만남에서 삼성전자의 AMR 지분 투자와 양사의 전략적 제휴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ARM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소프트뱅크에는 없는 반도체 사업을 토대로 초연결과 AI 패권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ARM과 인력·특허·기술 부문에서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ARM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 뛰어든 배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달초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인 IFA에서 올해를 '스마트싱스(삼성전자 IoT 플랫폼) 대중화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개인 맞춤형 멀티 디바이스 경험을 위한 '초연결' 솔루션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RM은 소형·저전력 프로세서 설계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IoT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될 IoT 시장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AI 패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 AI를 운용하려면 빅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 전력량이 커지고 발열도 심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ARM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반도체 설계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AI 산업에서도 확고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ARM의 설계도가 관련 반도체 제작에서 플랫폼처럼 작용해 급성장하는 AI 산업을 움켜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세트 업체의 주문대로 반도체를 만들어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쳤지만, 미래 주도 산업인 AI에서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까지 갖춘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19년 7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뒷쪽)이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이 열린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7.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부회장은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손 회장과는 1990년대부터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종종 통화하며 경영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도 지난 2013년·2014년·2016년·2019년 등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이 부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 2016년 9월 손 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2시간30분 동안 단독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삼성전자와 ARM의 협력 강화 등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손 회장은 '서울 방문 예정'이라는 이 부회장의 발언에 화답했다. 지난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6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면담을 가진 모습.,2016.9.29 머니투데이/뉴스1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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