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학 보낸 딸 일본 교환학생 신청"…'킹달러' 시대 유학생 생존백서

美유학생 환율부담 커져, 엔저 수혜 일본 향하기도…부모들 "고마울뿐"

대출 사실상 불가능, 학생비자론 알바도 제한적…"도시락으로 버티기"

 

미국 동부 워싱턴에서 대학을 다니는 20대 A씨(여)는 일본 오사카 지역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신청할 예정이다. 달러 강세로 지난해보다 유학 비용이 20% 가까이 증가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부담해 주는 부모님의 형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일본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데다가 일본에서 공부한다면 미국에서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부모 입장에선 너무 고맙다"며 "유학비용이 굉장히 많이 줄게 될 것"이라고 안도했다.


25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미국 유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 '킹달러'에 일본으로 눈돌리는 유학생


A씨가 '일본행'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달러 환율은 1년 전과 비교해 20% 가까이 오른 반면 원·엔 환율은 1000원 아래로 유지되면서 같은기간 15% 이상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24년 만에 최저치인 145엔대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미국 유학생의 일년 생활비를 2만4000달러(월 2000달러 기준), 학비를 5000달러로 가정하면 환율이 20% 오르면서 연간 부담해야 할 금액은 1500만원 정도가 늘어났다. 반면 일본은 학비와 생활비가 미국보다 저렴한 편이고 엔저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공계 석사 유학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씨(35·여)는 "원래 미국으로 유학하러 가려고 했는데 환율 부담이 너무 커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마침 일본은 엔저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어 관심을 갖고 알아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학원들 역시 일본 유학에 관심을 갖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한 유학원 관계자 C씨는 "엔저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 일본에 메리트가 생겼다"며 "국경도 다시 열리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생기고 있다"고 기대했다.


◇ 美서 대출 문의도… 외식·문화생활 줄이고 점심은 '도시락'


다만 미국을 떠날 수 없는 유학생들의 고달픈 생활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동부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유학생 이모씨(22)는 한달에 1500달러씩 한국에 있는 부모님으로부터 송금받는다. 1년 전에만해도 부모님이 월 180만원 정도를 송금한 셈이지만 현재는 210만원으로 늘어나 죄송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미국 내 물까까지 치솟으면서 1500달러로는 사는 게 빠듯한 상황이다. 


이씨는 "부모님께 더는 손벌릴 수 없어 대출받기 위해 학교를 통해 알아봤지만, 공식적인 통로는 없었다"며 "사채를 쓰거나, 보증인을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택하기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리 우리 교민이지만 소득이 없는 유학생에게 대출해 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자를 내더라도 미국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대출 상환시점인 1~2년 뒤에는 환율이 떨어질 것인 만큼 이득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유학생들도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학생비자로 들어간 미국 유학생들은 교내에서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이마저도 1주일 20시간으로 제한돼 있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추방의 위협을 무릅쓰고 통역, 과외, 잔디깎이 등 불법 아르바이트에 나서기도 한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대학원생 조모씨는 "사실상 사교모임, 문화생활은 다 줄였다"며 "마땅히 돈을 벌 방법도 없어, 도시락을 싸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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